검찰이 C&그룹 비리 수사 과정에서 야당 중진의원과 일부 386 정치인이 C&그룹에서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확인하고 있다. 태광그룹도 큐릭스 인수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에게 법인카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기업이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에게 법인카드를 주는 신종 상납 수법이 등장했다. 부정한 돈을 받는 쪽에서 보면 돈 보따리가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는 편리한 뇌물이다.
2008년에는 검사가 건설업체 대표에게서 법인카드를 받아 3년 동안 1억 원가량 쓴 사실이 드러났지만 형사처벌은 받지 않고 해임되는 것으로 끝났다. 법인카드 빌려 쓰기는 정관계(政官界) 유력자들 사이에서 다 아는 비밀이라는 말이 들릴 정도다. 기업이 아무런 조건 없이 법인카드를 줬을 리 없는 만큼 법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뇌물죄로 처벌하는 선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국은 국제투명성기구(TI)가 26일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10점 만점에 지난해보다 0.1점 떨어진 5.4점을 받아 조사 대상 178개국 가운데 39위를 차지했다. CPI는 전문가들이 한 국가의 공무원과 정치인 사이에 부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지 인식하는 정도를 0∼10점으로 나타낸 것이다. 5점대 지수는 ‘절대 부패에서 갓 벗어난 상태’를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의 평균 CPI가 6.97로 나왔다. 10에 가까울수록 투명도가 높다. 5.4는 세계 15위 경제규모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임이 부끄러운 지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나 국가경쟁력 순위만으로 선진국을 운위할 수 없다. 기업 경영, 정부의 행정, 국회의 입법, 그리고 사법부의 재판이 선진국 수준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