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별로 5색 신호등… 한국은 ‘선진 흑자국’ 분류
미리 보는 회의장 G20 서울 정상회의가 열릴 회의장을 가상으로 꾸민 모습이 공개됐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마련될 정상회의장의 가운데 원탁에는 각국 정상이, 두 번째 원탁에는 재무장관들이 앉게 된다. 가장 바깥쪽 테이블은 교섭대표(셰르파)들의 자리다. 정상회의장의 현재 공정은 70% 수준이며 다음 달 초 완공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각국의 액션플랜이 서울 정상회의에서 처음 발표된다. 발표 국가가 경상수지 흑자국인지 적자국인지에 따라 내용이 많이 달라진다. 선진국인지 신흥국인지도 영향을 미친다. 액션플랜에는 각국의 환율, 재정,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운영방향도 담긴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 모인 정상들은 국가별 액션플랜을 최종 확정해 성명서(코뮈니케)의 부속서로 내놓는다.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세계 경제사에 남을 또 하나의 국제공조가 서울 정상회의에서 확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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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G20 정상회의에서부터 ‘글로벌 불균형 해소’는 주요 화두였다. 당시는 과도한 수출로 달러가 넘치는 중국은 내수를 늘리고, 심각한 무역수지 적자를 겪는 미국은 저축을 늘려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 뼈대였다.
올해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제4차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선진 흑자국, 선진 적자국, 신흥 흑자국, 신흥 적자국으로 나눠 실천계획을 제시했고, 최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경제 수장들은 자원 생산국 그룹을 하나 더 만들어 5개 그룹별 실천계획을 논의했다. 서울 정상회의에서 발표될 국가별 액션플랜도 5개 그룹별 실천계획의 연장선상에 있다.
경주에서 재무장관들은 우선 △선진 흑자국(일본 독일 한국) △선진 적자국(미국 호주 등) △신흥 흑자국(중국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신흥 적자국(브라질 멕시코 터키 인도) △자원 생산국(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공) 등 5개 그룹으로 나눴다. 주목을 끄는 점은 한국을 일본, 독일과 함께 선진 흑자국으로 분류한 점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같은 흑자국이지만 신흥국으로 분류된 중국, 인도네시아 등과 다른 처방을 받게 됐다.
재무장관들은 선진 흑자국에 내수를 확대하고 수출 의존도를 줄이는 개혁을 할 것을 요구했다. 신흥 흑자국에는 사회안전망 강화와 환율 변동성 확대를 주문했다. 환율 변동성 확대는 신흥 흑자국의 대표주자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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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경주 재무장관 회의에서 결정된 5개 그룹별 실천계획에 맞춰 각국이 액션플랜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정상회의에 제출하기 전에 20개 국가가 서로 돌려보며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에 부합하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중국 독일 ‘타격’, 한국은 ‘느긋’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한국은 ±4%를 제시했다. 이 기준이 채택된다면 한국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중장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를 포함해 2015년까지 한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2.0∼2.9%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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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도 앞으로 6∼8%대 흑자가 예상되지만 원유 수출이라는 특성이 반영돼 경상수지 조정 압박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원 생산국’이 자국 통화를 절상하면 수입해야 하는 나머지 국가들이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놓고 보면 단연 중국이 앞선다. 중국은 올해 2699억 달러 흑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2013년 4938억 달러, 2015년 7782억 달러로 꾸준히 흑자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흑자 액수는 올해 260억 달러에서 2015년까지 253억∼306억 달러를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 앞으로도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를 낼 것이기 때문에 내수를 키우고 수출 의존도를 낮추라는 압력을 거세게 받을 것”이라며 “이를 기회로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내수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