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내내 공언했던, 정말 2등에만 만족하는 한국시리즈였다. 삼성 선동열 감독이 SK에 4연패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뭔가 꼬인 듯 풀리지 않았던 한국시리즈, 그래서인지 무기력한 표정이다. 대구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성급한 투수교체에 황당한 번트작전
찬스 마다 찬물…전력 전반 한계 노출
선수들도 “우리가 못해서 졌다”한탄KS 일장추몽(一場秋夢)|삼성 무기력한 완패 왜?4년 만에 한국시리즈(KS) 패권 탈환을 노렸던 삼성의 2010년 가을이 아쉽게 막을 내렸다. SK와의 한국시리즈는 한마디로 ‘역부족’이었고, ‘일장추몽’(一場秋夢)처럼 전력 전반에 걸쳐 커다란 한계를 노출했다.
피 말리는 접전의 연속이었던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 5게임을 버텨내면서 일취월장한 듯했던 선수 개개인의 기량도 SK라는 높디높은 벽에 막혀 완전히 압도당한 형국이었다. “SK가 잘 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못해서 졌다”던 한 선수의 탄성도 괜한 소리는 아니다.
KS에서 힘 한번 못쓴 채 4연패로 주저앉은 삼성의 실패는 1·2차전을 치르면서 어느 정도 그 조짐이 엿보였다. 15일 1차전에서 3-2로 역전한 5회 선발 레딩을 조급히 내리고 권혁∼권오준∼오승환∼정현욱을 무더기로 몰아넣었다가 3-5로 재역전당하고, 4-5로 따라붙은 6회 이우선을 밀어넣었다가 치명적인 추가 4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대목은 1차전을 넘어 시리즈의 향방을 SK에 내준 패착으로 작용했다.
3차전 역시 아쉬운 작전 하나가 추격 흐름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패배의 단초가 됐다. 1-2로 뒤진 3회말 선두타자 최형우가 우월2루타로 출루한 뒤 5번 박한이에게 번트를 지시했다가 결국 사인 미스로 최형우가 포수 견제에 걸려 아웃된 장면이다. 5번 타순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PO MVP 박한이를 내세워놓고도, 무사 2루서 번트를 대게 한 시도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3회를 비롯한 여러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2-4로 지면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말았다.
그러나 삼성은 PO와 KS를 통해 값진 소득도 건졌다. 시즌 내내 세대교체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 가운데 이제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 주축이 됐다. 마운드에선 장원삼(27)-차우찬(23)의 선발 원투펀치와 필승 마무리 안지만(27), 타선에선 박석민(25)-최형우(27)-채태인(28)의 클린업 트리오와 신예 유격수 김상수(20)-중견수 이영욱(25) 등이 부쩍 성장한 한해였다. 이들에게 올해 포스트시즌은 한 단계 성장을 위한 도약대였다.
● 패장 선동열 “SK야구는 도대체 알수가 없어 허!허!”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우리 젊은 타자들이 SK투수 공략 못한 것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좋은 경험이 되지 않았나 싶고. 나 역시도 단기전에 대해 큰 공부가 됐고. 팀을 더 강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선수들에게는) 고생 했다고 하고, 그대로 해주자고(되갚아주자고) 했습니다. (가장 아쉬운 순간은) 1차전 승기가 왔을 때 못 지킨 게 아쉽습니다.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치르고 처음부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1차전 끝나고 어렵겠구나. 왼손 불펜 하나 있는데 권혁 선수가 안 되다 보니까. (SK에 대한 평) 강하네요. SK는 선발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이건 어떤 식의 야구인지 알 수가 없어요. 졌는데 할말이 있겠어요. 김성근 감독님께 축하한다고 꼭 전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