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는 8일 오후 경기 광명시 소하리공장에서 대의원대회를 열고 ‘조합비 인상규약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기아차 노조 조합원들은 현재 1인당 월평균 2만3000원가량 내던 조합비를 1만4200원씩 더 내야 하고, 기아차 노조는 3만여 명의 조합원으로부터 1년에 약 50억 원의 돈을 더 걷을 수 있게 됐다. 노조는 이 돈으로 타임오프제 시행에 따라 회사에서 임금을 받을 수 없는 전임자 70명의 급여를 줄 예정이다.
이번 결정을 두고 회사 측에서는 타임오프제 정착을 위한 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노조 전임자에게 줄 급여 재원을 노조 스스로 만들기로 결정함으로써 타임오프제 정착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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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인상분이 노사 합의로 신설한 보전 수당(1만5000원)과 비슷하다는 점은 그동안 제기된 노사의 ‘이면 합의설’이 사실임을 입증해주는 셈이다. 그동안 회사 측이 타임오프제 도입에 반대하는 노조를 달래기 위해 기존에 없던 수당을 만들고, 노조는 조합비를 인상해 이들에게 ‘편법’으로 급여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계속 제기돼 왔다. 지금까지 진행된 결과만 놓고 보면, 노조 전임자 임금을 조합원이 부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회사가 지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노사가 합의해 ‘꼼수’로 타임오프제를 피해 간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그동안 기아차와 현대차는 처음에는 ‘법대로’를 외치면서 원칙을 고수하다가 협상 기간이 길어지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이면합의를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기아차가 타임오프제와 관련해 노조와 타협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과거의 관행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아차의 타임오프제가 어떤 모습으로 정착될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황진영 산업부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