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최고위원회의 불참… 민주당 전대 후유증 불가피
10·3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연임에 실패한 정세균 전 대표가 거취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불과 한 달 전까지 당 대표실의 주인이었던 정 전 대표는 4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손학규 신임 대표가 주재한 첫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불참에 대한 사전 연락도 하지 않았다. 정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임명한 전병헌 정책위의장, 이미경 사무총장, 윤호중 수석사무부총장 등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2년간 정 전 대표를 중심으로 주류의 최정점에 있던 인사들이 일시에 자취를 감춘 것이다. 정 전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 앞서 새 지도부가 함께한 첫 일정인 국립서울현충원 및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도 빠졌다.
그 시간 정 전 대표는 김진표 전 최고위원, 최재성 백원우 의원, 윤 부총장, 한병도 김교흥 전 의원 등 측근들과 조찬을 하면서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그는 3위에 그친 전대 결과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反)정세균’을 기치로 내건 쇄신연대가 정동영,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최고위원의 동반 입성을 성사시킨 반면 기존 주류 측에서는 정 전 대표의 직계인 최재성 의원이 홀로 낙선했다. 본인 혼자 비주류에 둘러싸이는 주류-비주류 간 전면적 세력교체가 일어난 것이다. 정 전 대표는 특히 당 운영을 함께했던 386그룹 대부분이 전대 레이스 도중 ‘탈계파’를 명분으로 자신에게 등을 돌린 데 대해 적잖은 배신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끝까지 정 전 대표를 지킨 강기정 최재성 백원우 의원 등 몇몇을 제외하곤 결국 손 대표에게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 전 대표는 거취를 둘러싼 자신의 고민이 주변에 전해지자 이날 측근을 통해 “후보 등록 때부터 ‘대표 경선에 출마한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없었던 만큼 (대표가 아닌) 최고위원이 된 작금의 현실을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측근은 기자들에게 “정 전 대표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원로들과 거취 문제를 상의하고 (진퇴 여부를 둘러싼) 고민이 정리되면 회의(최고위 회의)에 참석할 것이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정 전 대표가 자신의 지원군인 친노(친노무현)그룹을 의식해 손 대표에게 쉽사리 힘을 보태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손 대표는 경기도지사였던 2005년 7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해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란 뜻의 ‘경포대’란 신조어가 있다”고 비판했고,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에 합류한 손 대표를 “보따리장수”(2007년 6월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라고 비난한 바 있다.
당내에선 정 전 대표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든 수행하든 간에 전대 후유증, 계파 간 신경전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