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신분은 용병투수. 팀과는 ‘돈’을 매개로 한 철저한 계약관계 속에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제 몸’ 보다 ‘우승 꿈’이 더 소중하다. 왈론드의 살신성인에, 이제 팬도 동료도 그를 외인으로 보지 않는다. 사직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준PO 3차전 등판…휴식 배려
4차전 위기때 출전의지 감동“어우∼, 가슴이 짠하더라고.”
4일 잠실구장. 준플레이오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두산 김경문 감독이 용병 왈론드의 살신성인 정신을 높이 샀다.
하지만 4차전 경기도 팽팽했다. 3-2로 아슬아슬하게 앞서던 7회, 2사 2루에서 고창성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4경기 연속 등판한 탓인지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2사 만루 위기를 만들었다. 김 감독은 고창성을 내리고 정재훈을 등판시켰다. ‘결과가 혹 나쁘더라도 그라운드에서 이겨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때 김 감독에게 투수코치로부터 뜻밖의 보고가 들어왔다. 이날 출전명단에서 빠졌던 왈론드가 던지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펜에서 몸을 완벽하게 푼 뒤 ‘내보내달라’는 사인을 보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자신의 몸이 생명인 용병의 희생정신에 감동한 듯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짠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