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해결사 ‘칼의 전쟁’
스포츠동아DB
김현수 흔들린 폼…극심한 슬럼프
이대호는 ‘진통제 투혼’도 무용지물
양팀 간판타자 나란히 1할대 굴욕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그러나 투수 놀음도 득점이 없으면 승부를 결정지을 수 없다. 결국 경기의 승패를 마무리 짓는 건 역시 타자의 한방이다. 포스트시즌 내내 김현수는 두산의 3번과 4번, 중심타순에 고정됐다. 롯데 역시 4번은 무조건 이대호다. 두 타자가 제 몫을 해줘야 두산과 롯데는 손쉽게 승리를 따낼 수 있다. 그러나 1∼4차전 김현수와 이대호는 나란히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며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간판타자가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자 두산과 롯데는 약속이나 한 듯 번번이 찬스를 날리다 후반에 가서야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5차전은 마지막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벼랑 끝에서 만난 두산과 롯데. 승부의 키는 김현수와 이대호가 부진을 씻고 어떻게 부활하느냐에 달려있다.
타격 7관왕 이대호는 발목 부상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대호는 진통제를 맞아가는 투혼으로 1차전에서 결정적 호수비와 함께 4타수 2안타 2타점, 2차전에서는 연장 10회초 승부를 결정짓는 3점 홈런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3차전은 4타수 무안타, 4차전 3타수 무안타로 깊이 침묵했다. 이대호가 흔들리면서 득점 엔진을 잃은 롯데는 3∼4차전에서 두산에 패했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이대호의 부진 원인에 대해 “발목부상으로 자신도 모르게 중심이 빨리 앞으로 이동하게 되고 어깨의 열림 현상이 생겨났다. 변화구에 헛스윙이 많고 삼진이 늘어난 것도 발목부상에서 오는 타격 밸런스 붕괴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대호는 발목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역시 타격 7관왕을 쌓으며 얻은 자산은 설명이 어려울 정도다. 김무관 롯데 타격코치는 “이미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타자다”라고 말했다. 역시 이대호가 터져줘야 롯데는 크게 폭발할 수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