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준을 통과한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기대해볼 수 있는 말이다. 김 총리는 평범한 인물이다. 대법관과 감사원장으로는 탁월했을지 몰라도 국정을 책임지고 정치를 이끌 총리로는 아무래도 비범하다고 할 수 없다. 전임 정운찬 총리처럼 확실한 정책의제를 가진 것 같지 않고, 중도 사퇴한 김태호 후보자처럼 화려한 정치이력이나 정치적 야심을 지닌 것 같지도 않다. 고건 전 총리처럼 세세한 국정운영에 능숙하다고 보기도 힘들다. 대부분의 국민에겐 이름도 낯설 만큼 인지도가 낮다. 그의 평범함은 인사청문회 동안 별다른 공적 이슈 없이 개인사 관련의 비교적 사소한 논란만 있었다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새 총리의 평범함을 약점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내외에 수많은 정책 난제가 쌓여 있는데 척척 풀어나갈 수 있을까? 복잡한 정부조직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아 방대한 국정 전반에 추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까? 비판가의 이러한 의구심은 절박하게 몰린 청와대가 최고 능력의 인물보다는 평범하지만 통과 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찾아 김 총리를 발탁했다는 추측에서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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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회 정치상황을 볼 때도 총리의 평범함은 미덕이다. 정운찬 전 총리의 고초, 김태호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 6·2지방선거 및 7·28 재·보궐선거의 예상 밖 널뛰기 결과가 예시하듯이 우리 사회는 핵심 현안마다 깊은 양극적 갈등을 겪고 동시에 하루 앞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의 빠른 풍향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종시, 4대강은 물론 대북지원, 감세, 노동법, 교육제도 등 대부분의 정책의제는 어느 쪽으로든 광범한 지지세를 만들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만의 무언가를 해보려는 총리의 의욕은 그가 아무리 비범해도 힘을 받기 힘들다. 더욱이 대통령과 여권이 단합해 총리를 도와주지도 않는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계산이 복잡한 속에서 총리는 혼자 나서다 정치적 희생양이 되기 딱 좋다.
일관된 평범함은 변덕스러운 비범함보다 낫다. 총리로서 행정부 조직을 잘 관리해 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고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며 국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평범함으로 안정을 기해야 한다. 비범함을 지속적으로 발휘하기 힘든 환경에서 뭔가 새롭게 해보려는 비범함은 좌절을 낳고 결과적으로 비예측적 불안정을 증가시킨다. 오늘의 상황은 루스벨트 같은 비범한 지도자보다 트루먼, 아이젠하워같이 평범하지만 일관성, 안정성, 예측성을 높일 수 있는 지도자를 더 요구한다.
향후 정치 격랑이 매우 변덕스러울 것인 만큼 총리는 평범함 속에 상식이 통하고 예측이 가능한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보통사람인 국민을 위해 보통사람인 총리가 할 수 있는 봉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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