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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오지에 미래가 생겼어요”…배우 故박용하씨 전달한 기금으로 차드공화국에 ‘요나스쿨’ 개교

입력 | 2010-09-25 03:00:00

작년 자원봉사 갔다 인연… 올해 5월 5300여만원 전달교실 2칸에 교무실 화장실… 어린이 273명 신입생 받아




학교 건립에 관한 고 박용하 씨의 이야기가 담긴 요나스쿨 현판(오른쪽)과 교실 전경. 파샤아테레=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아프리카 대륙 중서부에 위치한 차드공화국 수도 은자메나에서 동북쪽으로 약 55km 떨어진 파샤아테레 마을 주민들에게 이달 18일은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이 지역에 학교가 처음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학교 이름은 ‘요나스쿨(Yona School)’. 올해 6월 생을 마감한 배우 박용하 씨가 낸 건립기금으로 세워졌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굿네이버스’와 SBS 희망TV가 건물 신축에서부터 교사 채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했다. 교명(校名)은 차드인들이 박 씨를 부르던 이름에서 따왔다.

굿네이버스 홍보대사였던 박 씨는 지난해 8월 자원봉사를 통해 차드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파샤아테레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한 박 씨는 이곳을 다시 찾겠다는 약속을 했다. 박 씨는 올해 5월 차드를 다시 찾아 일본 팬들과 함께 학교 건립기금으로 마련한 5300여만 원을 전달했다. 굿네이버스는 이 돈으로 교실 2칸과 교무실, 화장실 등을 지었다. 앞으로 희망TV의 도움으로 교실 4칸을 추가로 신축할 계획이다.

요나스쿨은 파샤 아테레를 포함해 주변 10여 개 마을 14세 이하 어린이 273명을 첫 신입생으로 맞았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어린이가 총 500여 명임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요나스쿨 학생이다. 이들은 아직까지 정규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차드의 문맹률은 90%에 가깝다. 요나스쿨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 이들은 앞으로 공용어인 프랑스어와 아랍어를 비롯해 수학, 역사, 지리, 과학 등의 교과목을 배우게 된다. 이들의 수업료와 학교 운영비는 굿네이버스를 통한 일대일 후원(1인당 월 3만 원)으로 충당된다.

이날 처음 등교한 학생들은 책가방과 학용품, 학교 배지 등을 선물로 받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마함마드 알리 군(10)은 “학교가 생겨 너무 좋다”며 “공부를 열심히 해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17일에는 주민들이 개교를 자축하는 잔치를 열었다. 주지사 등 정부 관계자와 주민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압딜카디르 오바르 지역개발위원장(62)은 “아이들의 생활은 일을 하거나 그늘 밑에서 노는 것이 전부였다”면서 “이제 학교를 통해 미래에 대한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마을 주민들은 개교식에 박 씨가 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세상을 떠난 박 씨는 현장에 오지 못했다. 굿네이버스와 SBS 측은 주민들에게 박 씨의 사망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한껏 기쁨에 들떠 있는 그들에게 슬픔을 안겨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박 씨를 대신해 영화 ‘맨발의 꿈’에 출연한 영화배우 박희순 씨와 드라마 ‘동이’에서 인현왕후 역을 맡았던 탤런트 박하선 씨가 참석했다. 박 씨와 절친한 사이였던 박희순 씨는 “주민들이 이 학교를 통해 큰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 굿네이버스 1599-0300, www.gni.kr

파샤아테레(차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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