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원폭 2세 평화의 집‘땅 한평 사기 운동’ 나서
‘원폭 2세 환우를 위한 땅 한 평 사기 운동’을 펴고 있는 경남 합천 평화의 집 운영위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정순 회장,진경숙 사무국장, 혜진 스님(운영위원장), 김봉대 고문, 강제숙 운영위원(서 있는 사람). 합천=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이들이 땅 한 평 사기 운동을 펴는 이유는 희귀 질환으로 고통받는 원폭 2세들의 생활이 비참한데도 한일 양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관심이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원폭 피해 2세는 전국적으로 1만 명가량. 이 가운데 각종 희귀 질병을 앓는 사람은 2300여 명이다. 그러나 원폭 2세라고 밝히기를 꺼리기 때문에 현재 600여 명만 환우회에 회원으로 등록한 상태다.
환우회가 올해 3월 이 작은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2002년 자신을 원폭 2세 환우라고 처음 공개한 고 김형률 씨(1970∼2005)가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힘쓴 것을 계기로 환우회가 만들어진 지 8년 만이다. 2세를 위한 ‘보금자리’나 ‘쉼터’라고는 하지만 면적 70m²(약 20평)가량의 주택을 주변의 도움으로 겨우 빌린 것이다. 한정순 환우회장(51·여·대구 달서구 송현동)은 “2세 문제를 위해 밤낮없이 뛴 세월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듯하다”며 “억울하기 짝이 없는 원폭 피해자들을 보듬는 마음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폭 피해자인 어머니와 함께 사는 한 회장은 10대 때부터 다리에 희귀병이 찾아와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 그의 아들도 중증정신장애를 겪고 있다.
운영위원장인 혜진 스님(제주 마라도 기원정사 주지)은 절을 돌보지 못한 지가 꽤 오래됐다. 원폭 2세 문제가 더 급하기 때문이다. 평화의 집 전세금을 마련한 혜진 스님은 “우리 사회의 자비가 꼭 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71)은 최근 평화의 집 원장을 맡아 뛰고 있다. 땅 한 평 사기가 확산되면 합천읍 부근에 3.3m²(1평)당 5만 원가량인 땅 1만3000여 m²(약 4000평)를 구입해 환우를 위한 전문요양시설을 짓는 게 이들의 꿈이다. 현재 2000m²(약 600평)가량 모였다. 055-934-0301, 후원계좌 302-0188-3710-21(농협)
합천=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