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지식인들 공산당 정책 그대로 읊는 앵무새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가 작년 말 한 학기 동안 베이징대 초빙교수로 있으면서 중국 내 국제정치학계의 ‘브레인’들과 나눈 대담을 최근 ‘중국의 내일을 묻다’(삼성경제연구소)로 펴냈다.
중국의 위상이 ‘굴기(굴起)’하고 있는 지금, 미국이나 일본 학자의 시각에서 중국을 분석하고 전망한 서적은 많지만 정작 중국 내 학자들이 말하는 중국에 대한 자료가 없다는 생각이 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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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교수는 “중국을 흔히 닫혀 있거나 교조적인 사회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며 “중국 지식인 사회에서는 대국으로 성장을 하되 주변국과 평화를 지향하는 화평굴기(和平굴起)론과 대국으로 성장하면 어느 정도의 패권주의는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대국굴기(大國굴起)론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가 중국 지식인과의 대담을 통해 느낀 중국의 오늘은 이렇다.
“중국에는 더는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능력을 기른다)를 추종하는 학자는 없다. 1980년대 이후 젊은 세대일수록 대국굴기를 외치는 것이 현실이다. 또 중국에 가장 큰 위협도 미국이고 가장 중요한 협력 대상도 미국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다. 아울러 중국의 미래와 관련해 지난 30년간 개혁개방 과정에서 발생한 지역 계층 세대 간 양극화 문제와 민주화에 대한 내적 압력을 가장 큰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문 교수는 “중국은 한중 관계를 더는 대등한 관계로 보고 있지 않다”며 “중국은 대국이고 한국은 소국이라는 인식이 학자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음을 감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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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많은 국가들이 일종의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한국 내 반중 정서 등 중국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것은 그만큼 중국을 잘 모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빠르게 변하는 중국이 어떤 모습인지 중국 스스로 내는 목소리를 판단 근거로 삼는 연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구의 시각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중국을 이해하는 지배적 인식 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문 교수는 “이미 많은 연구자가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을 졸업해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자리를 잡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이런 지중파와 친중파의 한국 내 사회적 위상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