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투란도트’ 가창 ★★★☆ 연출·무대 ★★★
사진 제공 예술의전당
다행히 작은 무대가 눈에 띄는 무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칼라프 왕자의 ‘수수께끼 심판’이 열리는 2막 무대는 간결한 편이었지만 강한 황금빛 조명으로 황제의 권위를 나타냈다. 천자(天子)의 자리가 계단 한가운데 있어 첫눈에는 어색했으나 ‘하늘과 땅을 중개하는 존재’를 나타낸 상징으로 이해할 만했다.
‘투란도트’에서 연출가들의 해석이 가장 갈리는 부분은 백성 또는 ‘군중’의 표현이다. 이 작품에서 군중은 권력자에게 고난당하며 맹종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때로는 권력자의 잔인함에 편승해 약자를 박해한다. 이탈리아 연출가 제피렐리는 쉴 새 없이 부유하듯 움직이는 무질서한 군중의 모습으로 이를 표현했고 중국의 장이머우는 조명의 변화로 이들의 변덕을 드러냈다. 이번 공연에서 장영아 연출은 인형처럼 저마다의 자리에 붙박인 모습으로 ‘조종당하는’ 군중을 표현했다. 많은 움직임을 줄 수 없는 작은 극장에는 적합한 연출이었지만 3막 리우의 자살 장면에서는 군중의 놀라움과 후회가 설득력 있게 표현되지 않았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I: 4만∼6만 원. 26일까지 오후 3시(21, 22일 오전 11시 공연 추가. 23일 공연 없음)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