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재활치료’ 큰 효과
“젊었…을…땐… 허약…하다는…소리…들은…적…없었지….”
11일 서울 도봉구 도봉동 도봉서원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뇌중풍 장애를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추억 나눔 재활교실’이 열렸다. 8주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유인규 도봉구보건소 작업치료사(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뿌듯했던 추억’ 등 좋았던 옛 기억을 떠올리며 절망감을 극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도봉구보건소
그 후 하루 7시간 동안 이어진 운동, 재활치료, 잃어버린 말을 되찾기 위한 언어 공부…. 처절한 삶이지만 그는 병을 이겨내고 싶었다. 그래도 머릿속 ‘절망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동네 복지관에서 ‘추억’으로 재활치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11년 만의 첫 외출. 이미 그곳엔 오 씨 같은 뇌중풍 환자들이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날은 첫 수업 시간. 현장에 모인 12명의 뇌중풍 환자들에겐 ‘뇌중풍’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지만 서먹함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타임머신입니다”라는 작업 치료사의 말과 함께 수업이 시작되자 다들 웃으며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무대 대형 스크린에는 1950, 60년대 흑백 영상이 흘렀다. 한복 입은 까까머리 꼬마와 구멍 난 양말을 깁는 어머니 모습 등 ‘그때를 아십니까’식의 옛 시대상 화면이 흐르자 이들의 눈은 또렷해졌다.
○ 즐거움 그 이상의 카타르시스
영상 상영이 끝난 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12명의 환자들은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가난했어도 외롭지 않았어…”, “사는 건 힘들었어도 그때 행복했던 것 같아요” 같은 얘기가 오가자 굳어 있던 얼굴도 점점 사르르 녹는 듯했다. 자연스레 ‘삶’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평소엔 더듬거리며 말하는 걸 보이기 싫다”는 오 씨도 이날만큼은 온 힘을 다해 얘기를 했다. 그는 “충남 논산에서 서울 성북구로 이사 왔던 1969년이 가장 행복했다”며 “친구들과 미아리고개에서 파는 호떡을 먹었는데 그 맛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숙희(가명) 씨는 “뇌중풍이 심해서 원래 거의 말을 하지 않는데 오늘은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환자들은 “우리도 다 똑같아요” “(김 씨가 쓰고 있는) 모자가 멋져요”라며 맞받아쳤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