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격언―조급증은 금물이다
정말 이상한 일도 다 있구나 하고 생각한 아내는 “우리 주식이 상한가나 한 번 쳤으면 좋겠는데…”라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날 증권사 객장에 나가보니 그 주식이 상한가까지 한 번 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보고 남편은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몹시 화가 났다. 상한가 열 번은 쳐도 그동안의 손해를 만회하기 힘든데, 겨우 상한가 한 번 치게 해달라고 그 귀한 소원을 한 개 낭비해 버린 것이 너무나 분통했다.
화가 난 남편은 자기도 모르게 “저런 멍청한 마누라는 뒈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랬더니 그 자리에서 아내가 쓰러져 죽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남편은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한 가지 소원을 비는 것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 과연 이 남편은 어떤 소원을 빌까. 아니, 여러분이라면 어떤 소원을 빌 것인가. 죽은 아내를 다시 살려달라고 한다? 젊고 예쁜 새 아내를 달라고 한다?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한다? 아니면 다른 소원?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기대하는 ‘상한가’ 속에는 투자자들의 조급증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은연중 만연되어 있는 ‘빨리빨리 문화’가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내가 가진 주식이 빨리 상한가를 몇 번 쳐서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야 되겠다는 조급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약속시간에 쫓기는 운전자는 조급하게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내기 쉽고, 어떤 일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사람은 오히려 실패의 쓴잔을 마시기 십상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순리가 있기 마련이고 이를 어길 때에는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경우가 많다. 주식시장에도 이러한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주식투자자들이 조급한 마음으로 투자를 할 경우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는 매우 힘들다. 투자자들은 상승 국면이거나 하락 국면이거나 이 조급함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보통 상승 국면에서는 다른 종목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에 자신이 보유한 종목은 상대적으로 덜 오를 때 조급한 심정이 된다. 또 이미 주식을 매도하여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주식시장이 계속 강세를 보일 경우 조급한 심정이 되기 마련이다. 이럴 때 대부분의 투자자는 새로 갈아탈 종목 혹은 다시 매입할 종목을 서둘러서 찾아보게 된다.
마치 약속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그리고 당장 주식을 사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성급하게 종목을 골라서 매입하기 쉬운데 대개 이 무렵이 그 주가의 정점 언저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자신이 초조한 심정으로 주식을 매입할 때는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던 많은 투자자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조급하게 주식을 매입했을 것이고 그 후 추가 매수세가 유입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급하게 올라가는 주식은 대부분 다시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폭락하는 경우가 많다. 자본금이 적은 중소형 주식은 일시적인 재료나 수급 변화에 따라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같은 주식은 상한가를 기록하는 예가 거의 없다. 기업 실적에 따라 꾸준히 그리고 조금씩 상승세를 타는 것이다. 이런 대형 우량주처럼 항상 느긋하고 여유 있는 자세를 견지할 수 있는 투자자만이 이 험난한 주식투자의 세계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