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트라이앵글’연출 ★★★ 연기 ★★★☆ 노래 ★★★★
한 여자와 두 남자가 한지붕 아래 사는 묘한 상황을 그린 뮤지컬 ‘트라이앵글’의 소심한 작가지망생 도연(최재웅). 사진 제공 연극열전
지난달 27일 막을 올린 뮤지컬 ‘트라이앵글’(연출 홍기유)은 ‘연극열전 3’의 일곱 번째 작품. 1974년 일본에서 초연됐고 이번이 국내 첫 무대다. 다소 연식(年式)이 있는 공연이지만 달콤 발칙한 설정은 요즘 유행과 잘 맞는다. 5년째 습작을 끼적거리지만 등단을 못하는 작가지망생 ‘도연’, 옆집 살던 가수지망생 ‘경민’(김승대), 그리고 경민을 쫓아다니는 ‘스토커녀’인 ‘영이’(안유진). 경민이 영이를 피해 도연의 집에 숨어들고, 영이도 도연의 집에 아예 눌러앉으면서 한 여자와 두 남자가 한지붕 아래 사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된다.
이런 설정 때문에 드라마와 연극으로 만들어진 ‘옥탑방 고양이’와 같은 발랄한 코미디를 기대하기 쉽다. 하지만 이 작품에선 세 사람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찾아보기 어렵고, 한집에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잔재미도 부족하다. 포스터는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를 풍기지만 사실 ‘3인조 개그쇼’에 가깝다.
하지만 세 사람이 아동복을 입거나 선글라스를 끼고 코믹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기시감이 드는 데다 억지스럽다. 도연이 신춘문예에 낙방한 뒤 갑자기 거친 욕설을 내뱉거나, 경민이 신성우의 ‘꿈이라는 건’을 부르면서 눈물을 글썽거릴 때는 당황스러웠다. 다소 밋밋한 원작에 한국적인 갈등 요소를 추가했다지만 매끄럽지 못해 보였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i: 4만 원. 9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2관. 02-766-6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