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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속내’ 다른 중국을 어떻게 대할까

입력 | 2010-08-09 03:00:00


한국과 중국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5월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승격시켰다. 그전까지 두 나라 관계는 이른바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였다. 많은 한국 국민은 이를 계기로 두 나라의 우호협력 관계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기를 기대했다. 과거 중국이 남북한을 차별적으로 대해 오던 태도, 다시 말하면 북한과는 정치적 이념적 동맹 관계를, 한국과는 경제적 실리 관계를 우선시하던 냉전시대의 자세가 바뀔 줄 알았다.

한중 관계 두터워진 줄 알았지만

천안함 사건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를 보면 그게 아니다. 올 5월 한국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중국은 책임 있는 국가이며 정의를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한국 국민은 역사의 시곗바늘이 거꾸로 도는 모습을 목격했다. 중국이 스탈린 체제의 북한정권을 철저하게 감싸는 사정까지는 이해가 간다 하더라도 휴전체제 아래서 저질러진 이 야만적인 사건의 진실 규명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 중국을 과연 신뢰할 수 있는 이웃나라로, 국제사회의 책임을 다하는 국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느냐는 점에 대해 우리 국민은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중국 정부와 일부 관영언론이 그동안 대한민국에 대해 연거푸 쏟아놓은 언동은 많은 한국국민에게 분노와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 그중에서도 유엔에서의 천안함 사건 성명을 채택하기 위한 외교교섭 과정에서 중국 정부 당국자들이 보인 거친 태도에 우리 외교관들이 분개했다는 언론보도는 더욱 놀라웠다. 과거에 유엔대사로 일하면서 외교무대에서 직접 협상에 임했고, 또한 바로 그 안보리 회의장에서 현장취재를 위해 뛰었던 필자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교 현장의 한국 외교관들이 가겠다고 하면 중국은 오지 말라 하고, 오라고 하면 안 가겠다고 했다.” “주중 류우익 대사의 면담 신청은 아예 묵살되었다.”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해서 이를 설명하겠다면 안 듣겠다는 식의 막무가내였다.” 이 같은 한국 외교관들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도대체 21세기 외교무대에서는 보기 어려운 그런 비외교적 상황이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우리 국민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단계가 아닌가 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최근 한국과 일본에 대해 “분명한 것은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의존하면서 군사적으로는 미국을 빌려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은 동북아의 일체화 과정을 어렵게 만들고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움에 처하는 것은 중-미 양국의 중간에 놓인 일본과 한국 자신들”이라고 주장했다.

新냉전논리 같은 中의 ‘편가르기’

중국은 이제 초강대국이 되었으니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 중 어느 한쪽을 택하라는 식의 냉전시대의 논리로 들린다. 한중 무역관계를 경제적 의존관계로 파악하는 것이나 한미 안보관계를 특정 국가를 겨냥한 군사 동맹관계로 인식하는 일은 한국이 지향하는 대외관계의 미래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단순한 사고이다.

중국은 또 한미 양국이 서해에서 방어적인 연합해상훈련을 하기로 결정하자 이를 반대하면서 서해에는 공해가 없다고, 이 지역이 마치 자신의 내해(內海)인 양 주장하는가 하면 한국이 사거리 1500km의 순항미사일 현무-3C를 개발한 데 대해서는 “천안함 사건을 핑계로 감히 뛰어들 생각을 못했던 금지구역에 뛰어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고 한국을 비하했다. 이제 우리는 이 같은 중국의 초강대국 부상이라는 21세기의 새로운 국제환경 속에서 자신의 국가이익을 스스로 지켜야 할 단계를 맞았다. 구체적인 방법은 과연 무엇인지 진지하게 토론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박수길 전 유엔대사 고려대 석좌교수
남시욱 언론인 세종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