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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me TOWN]과학논술은 ‘내 주장’ 아닌 설명문… 논거 파악→논리적 설명을

입력 | 2010-08-09 03:00:00

[과학논술의 실체와 대비방법]<2>과학논술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대학들이 실시하는 논술고사 중 하나인 과학논술은 자연과학에 관련된 내용을 소재로 한다. 대부분의 대학이 과학논술의 시험 범위를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있는 과학 내용으로 제한하지만 여전히 과학 논술에 두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 겁먹을 필요는 없다. 준비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한 가지 염두에 둘 것이 있다. 현재 과학논술은 각 대학에 소속된 교수들이 출제하며 채점도 그들이 한다.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교수는 채점 기준표에 따라 답안 점수를 매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주관적 관점보다 채점 기준표에서 요구하는 바를 채웠는지 아닌지가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채점 기준에 따라 과학논술을 잘 쓰기 위한 비법 7가지를 소개한다.》

[비법 1] 주장하지 말고 설명해라

학생들이 과학논술을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자기주장을 쓰려고 한다는 것이다. 과학논술은 설명문 쓰기다. 어떤 논거를 제시해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지가 관건이다.

따라서 자기 생각을 주장하는 것이 과학논술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문제의 내용을 모르는 학생이나 동생에게 글로 가르쳐준다는 느낌으로 설명하듯 써야 한다.

[비법 2] 논제의 범위를 확인하고 결정하라

고려대 수시 기출문제를 보자. 이 문제는 5번 문제로 출제됐다.

『제시문 (사)를 이용하여 제시문 (아)의 포도당산화효소의 효소 반응과 자가 혈당 측정기의 작동 원리에 대하여 각각 논하시오. 그리고 자가 혈당 측정기로 측정한 당뇨병 환자의 혈당치(전기 신호)가 정상치와 비교하여 높게 나오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설명하시오.』

문제를 접하면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이 있다. ‘몇 가지의 질문이 있는가’이다. 흔히 학생들은 문제가 한 개이니 질문도 한 가지라고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총 세 가지의 답안을 요구하고 있다. △포도당산화효소의 효소반응을 설명하기 △자가 혈당 측정기의 작동 원리 설명하기 △당뇨병 환자에 관한 내용이 그것. 답안은 세 가지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한정된 시간에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앞 질문은 놓치고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안만을 쓰면 안 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평가자가 채점표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문제 파악 능력’이기 때문이다. 즉 질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답을 썼는가를 확인한다. 따라서 논제가 충분히 파악되지 않았다면 그 답안은 아무리 옳은 내용이 있어도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세 가지 답안을 제대로 쓰려면? 간단하다. 단락을 나눠 쓰자. 첫 질문에 대한 답을 쓴 뒤에 단락을 바꿔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쓴다. 그러면 답안이 명료해진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채점 포인트는 ‘논제 파악 능력’이다. 80% 이상의 학생이 이 문제에서 오답을 작성한다. 논제를 올바로 파악하지 못해서다. 여기서 마지막 질문은 당뇨병에 대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묻고 있다. 왜 당뇨병 환자의 혈당치가 높은지를 생물학적 원인으로 설명해야 하므로 답은 당뇨병의 원인인 ‘인슐린 분비의 감소’ 또는 ‘간 기능의 저하’에 관한 내용이어야 한다.

하지만 답안을 작성하던 학생들은 자기도 모르게 제시문의 내용을 따른다. 자가 혈당 측정 장치의 원리에 따라 ‘혈당이 높으면 전류가 많이 흐른다’는 식의 답변을 제시한다. 논제 파악의 실패를 그대로 보여주는 답안이다.

[비법 3] 논제에 주어진 제한 조건은 반드시 지켜라

과학논술 답안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도출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문제들은 답안의 범위를 지정해 주고 출제자가 원하는 답안을 작성하는지를 본다.

『생물체는 다양한 종류의 수용체를 갖도록 진화해 왔다. 단백질, 지질, 당(탄수화물) 중에서 당(탄수화물)이 숙주세포의 다양성을 표현하는 요소가 되는 이유를 반드시 [제시문 3-가]와 그림 2를 이용하여 추론하시오.』

위 문제는 성균관대 논술문제다.

논제 말미에 ‘반드시 [제시문 3-가]와 그림 2를 이용하여 추론하시오’라며 답안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이 조건을 분명하게 만족시켜야 한다. 채점 기준표를 벗어난 글은 결코 고득점을 받을 수 없다.

비법 2에서 제시된 고려대 문제도 ‘제시문 (사)를 이용하여’라고 조건이 주어져 있다. 실제 제시문 (사)에는 산화-환원반응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반드시 그 개념을 이용해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비법 4] 교과과정 안에서 논거를 찾아라


대부분의 과학논술은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합당한 수준에서 출제된다. 과학 전체 8과목의 내용이 모두 시험 범위에 포함된다. 따라서 문제가 다소 낯설다 해도 답안에서 요구하는 내용은 교과과정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다음 연세대 모의 논술 문제를 보자.

『제시문 (다)에서 언급된 향기 유발 분자들의 구조-전기적 특성으로부터 예상되는 향기 유발 분자와 후각 수용체 간의 상호작용을 비교 설명하고, 후각 수용체 유전자 수에 비해 10배 이상의 향기를 감지할 수 있는 생물학적인 근거를 설명하시오.』

이 문제는 학생들이 어려워할 수 있다. 하지만 연세대가 실제로 학생들 답안에 대해 발표한 평가 내용을 보면 이 문제의 해결법이 보인다.

첫째로 ‘향기 유발 분자와 향기 수용체 간의 상호작용을 비교하라’는 논제에 대해 좋은 성적을 받은 답안은 교과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설명했다는 점이다. 위 문제에는 오른쪽과 같은 그림이 제시됐다. 4가지 향기 분자 구조를 나타낸 것이다. 논제에서도 ‘제시문 (다)에서 언급된 향기 유발 분자들의 구조-전기적 특성으로부터 예상되는’이라는 제한조건을 밝히고 있다.

이 문제가 요구하는 것은 일반 생물학이나 신경 생물학 수준의 답안이 아니다. 오른쪽 그림의 분자들을 보고 서로 다른 향기로 느껴지는 이유를 입체 구조 또는 평면 구조, 사슬 구조 또는 고리 구조와 같이 교과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해 설명하는 것이다.

‘후각 수용체 유전자 수에 비해 10배 이상의 향기를 감지할 수 있는 생물학적인 근거’의 경우 연세대가 발표한 정답은 ‘조합 메커니즘’ 개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단어가 사용되지 않아도 비슷한 내용이 포함되면 정답으로 인정했다.

어려운 문제라 해도 결국 답안에 필요한 내용은 교과과정 속에 있다. 어려운 내용을 많이 안다고 고득점을 받는 것은 아니다.

[비법 5] 그래프와 표를 활용하라

논술은 글쓰기다? 어느 면에서는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과학논술에서는 조금 다르다.

자연계열 교수들은 논문을 끊임없이 쓰고 또 읽으므로 과학 논문의 형식에 익숙하다. 대부분 논문 맨 앞의 요약(Abstract)을 읽은 뒤 관심이 가면 결과(Result)란에 있는 표와 그래프를 분석하는 식으로 논문을 정리한다. 따라서 긴 글보다는 글의 내용이 요약된 표나 그래프 형식에 더 익숙한 경향이 있다.

과학논술을 쓸 때도 서술형으로 나열하기보다 그래프나 표, 그림을 적절히 이용해 설명하는 것이 더 좋다. 다음은 인하대 논술 문제다.

『위 그림에서 (가)의 부모가 갖는 유전자형과 그 자녀인 (가)가 가질 수 있는 혈액형을 구하시오. 단, 유전자형은 IAIA, Rr과 같은 형식으로 나타내고 혈액형은 Rh+A와 같은 형식으로 나타내시오.』

총 8가지의 혈액형이 답이 될 수 있다. 이를 나열하기보다 표로 정리하는 것이 답안 전달력을 높인다. △여러 가지 내용을 나열하는 경우 △복잡한 내용을 설명하는 경우 △물리에서 수식으로 풀어야 하는 경우에는 이를 그림, 그래프, 수식 등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좋다.

[비법 6] 필요한 내용만 써라

과학논술에서는 필요한 내용을 정확하게 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답안 길이가 짧다고 관계없는 내용을 늘어놓는 것은 안 쓰느니만 못한 사족이다. 논술 채점은 채점 기준표를 따르므로, 기준표에 없는 답안은 아주 잘 쓰면 가산점을 받을 수도 있지만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감점 대상이 된다.

너무 짧게 쓰는 것이 좋다는 말은 당연히 아니다. 비법 1에서 언급했듯이 과학논술은 설명문이므로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내용과 논거가 제시돼야 한다. [비법 7] 제시문은 최고의 힌트다

과학논술 문제 출제과정을 살펴보자. 문제를 먼저 출제한 다음 제시문을 만든다. 따라서 제시문은 가장 큰 힌트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학생들이 교과과정에서 배우지 않은 개념이 문제를 푸는 데 꼭 필요한 경우라면 반드시 제시문을 통해 그에 대한 힌트가 나온다.

다음은 서울대 정시 논술문제이다.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질은 대부분이 인지질이다. 세포막이 실온에서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인지질의 구조적 특징을 중심으로 논하시오.』

학생들은 생물 II 교과과정에서 막이 유동성이 있다는 점은 배웠다. 그러나 유동성을 가지는 원인은 배운 적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제시문에 있다. 제시문에는 두 가지 자료가 추가로 제시됐다. 첫 번째는 인지질의 분자 구조, 두 번째는 인지질을 구성하는 두 가지 지방산의 특성이다. 이 자료는 지방산의 녹는점을 보여준다. 즉 인지질과 인지질 사이의 공간이 넓은 이유를 분자 구조에서 찾고, 유동성의 원인을 녹는점으로부터 찾아내라는 뚜렷한 힌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글뿐 아니라 그림과 표도 역시 제시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학논술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정보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 보다 완성도 높은 준비를 위해 몇 가지 기억해 둘 것이 있다. 먼저 각 대학의 문제 유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또 논술에

서 다루는 주제와 내용은 의외로 대학별로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 교과과정 중에 논술로 다룰 수 있는 내용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출 문제를 꼭 풀어보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올해 수능에서 과학탐구 선택 과목으로 2과목만 반영하는 대학이 늘면서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과목과 관련한 논술 준비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기초가 없는 과목은 논술을 위해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

김수중 이투스 TOY 논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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