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출신 명상음악가 나왕 케촉. 이훈구 기자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저는 지금 살아있고 여전히 악기를 연주하며 이렇게 다시 한국에 왔습니다.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티베트 출신의 세계적인 명상음악가 나왕 케촉 씨(56)가 23일 오후 7시반 충북 진천군 진천 종 박물관에서 열리는 '2010 진천힐링뮤직페스티벌'에서 공연하기 위해 방한했다.
나왕 씨는 티베트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부모를 따라 망명길에 올랐고 열세 살 때부터 11년간 인도 히말라야 고산지대인 다람살라에서 14대 달라이 라마의 제자가 되어 승려 생활을 했다. 이후 4년간 다람살라의 산속에서 은둔했고, 호주와 미국으로 거처를 옮겨 명상음악가가 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영화 '티베트에서의 7년'의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다.
"2000년 전남 순천 송광사에 갔을 때 염불 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염불 소리는 매우 아름다운 음악이었죠. 가슴이 뛰어 제가 전생에 송광사 스님이었음을 직감했어요."
이후 송광사 현봉 스님, 법명사 선일 스님을 비롯해 이해인 수녀, 류시화 시인 등과 친분을 쌓으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런데 2007년 인도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했고 2008년에는 심장마비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나왕 씨는 생을 마감할 뻔했던 근황을 전하면서도 시종일관 웃는 표정이었다. 돈독한 친구인 할리우드 배우 리처드 기어가 그의 건강 회복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다고 한다. 리처드 기어는 독실한 불교 신자다.
티베트 전통의 대나무 피리를 연주하는 그의 음악은 지극히 동양적이지만 최근에는 서양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나왕 씨는 "서양인이든 동양인이든 점점 삶이 바빠지고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다. 그들은 내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는다"며 "음악은 국경과 종교, 문화를 뛰어넘는 '우주의 언어'이며 특히 저의 음악에는 수행을 통해 얻은 치유의 힘이 있다"고 말했다.
티베트인들의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그는 "그들이 제 음악을 통해 평화와 자비를 느끼고 비폭력을 생각하게 된다는 점에서 보람차다"고 말했다. 그는 순천 송광사, 인천 법명사, 광주 무각사 등에서 명상음악회를 열고 다음달 6일 출국한다. 032-577-5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