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저어새 네트워크, 남동공단 ‘저어새 섬’ 지키기
멸종위기 희귀 조류인 저어새가 송도국제도시 인근 남동유수지 돌섬에서 재갈매기 등과 함께 노닐고 있다. 갯벌이 사라지면서 저어새가 남동유수지 섬을 피난처로 삼아 둥지를 틀고 있는 것. 하지만 10월경 매립 공사로 남아 있는 갯벌이 사라지면 저어새 서식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인천 저어새 네트워크’ 회원들이 인천 남동공단 유수지 중간지대의 ‘저어새 섬’에 서식하는 멸종위기1급(천연기념물) 저어새를 관찰한 일기다. 회원들은 4년 전부터 이곳과 송도국제도시 주변 갯벌에서 저어새 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일 조를 짜서 저어새를 관찰하고 시민과 학생 대상의 ‘철새 탐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남동공단 유수지 내 200m² 남짓한 ‘저어새 섬’은 세계 조류학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2년 전부터 저어새가 날아들기 시작한 이후로 세계적으로 2300여 마리에 불과한 저어새 가운데 5%가량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저어새 네트워크 회원 김보경 씨는 “올해 저어새 섬에서 100여 마리가 관찰됐고, 이 중 30쌍 정도가 50마리의 새끼를 낳았다”며 “이곳에서 부화한 새끼가 지난해 6마리였는데 올해 9배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먹이가 풍부한 인천 강화도∼경기 시흥 사이 경기만 일대 갯벌이 세계적인 저어새 번식지”라며 “갯벌이 점점 사라지게 되자 저어새가 남동유수지 섬을 피난처로 삼아 둥지를 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자 남동유수지 ‘저어새 섬’이 생태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대만의 조류전문가와 비정부기구(NGO) 회원들이 이곳을 방문해 저어새를 관찰하고 돌아갔다. 또 저어새 국제보호단체인 ‘세이브 인터내셔널’ 관계자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B) 랜디 헤스터 교수(생태디자인 전공)가 찾아와 “새들의 서식지인 갯벌을 매립하는 일은 인천의 보물을 잃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인천 저어새 네트워크는 매달 첫째, 셋째 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시민 대상으로 생태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해안도로에서 200여 m 떨어진 저어새 섬을 망원경으로 관찰한 뒤 송도갯벌을 2∼3시간 돌아보는 코스다.
한편 인천시는 송도국제도시에 의료복합단지, 정보기술(IT)융합단지 조성을 위해 송도갯벌(송도국제도시 11공구) 715만6000m²를 추가 매립한다. 10월경 매립 공사가 시작되면 인천도심의 마지막 갯벌이 사라지게 돼 저어새 서식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시는 매립이 되지 않는 송도갯벌 300만 m²에 철새 대체서식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