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속에 숨은 도덕 이야기
도덕적 행동의 모델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문학은 좋은 도구다. 문학은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그런 모델을 제공한다. 청주교대 윤리교육과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문학 작품을 통해 도덕과 도덕 이론을 설명한다.
첫 번째 주제는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도덕철학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질문이다. 이에 대한 도덕철학적 대답은 ‘그것이 이익이 되기 때문’ ‘그 자체가 옳기 때문’의 두 가지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은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대답을 제시한다. 골딩은 인간의 타고난 야만성은 완전히 제거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뒤집어 말하면 문명과 도덕이 인간의 본능적 사악함을 자제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설의 무대는 문명에서 떨어진 ‘무인도’다. 이곳에 표류한 소년들은 처음에는 인간적인 모습을 유지하지만 점점 문명의 껍질이 떨어져나가면서 악의 모습을 드러낸다.
‘선과 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도덕철학의 출발점이다. 선과 악에 대한 논의는 신성과의 연관 속에서 논의하는 경우와 인성과의 연관 속에서 논의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대표적 경우가 기독교적 선악관이며, 후자의 대표적 경우가 도덕철학적 선악관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와 멜빌의 ‘빌리 버드’는 선과 악의 양상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이 작품들 속에는 기독교적 관점과 도덕철학적 관점이 모두 제시된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는 기독교적 선 관념이 중심을 이루지만 인간적인 선 관념도 함께 제시한다. 여기서 제시하는 선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저자는 “인간이 소외를 극복하고 자신의 본래성을 회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양심이다”라면서 ‘양심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문학 작품 속에서 찾는다. 카프카의 ‘심판’에선 양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인공 K의 모습이 잘 표현돼 있다. 체포되고 소송에 휘말리면서도 그는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고 불안을 느끼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일상적인 삶을 기계처럼 살고 있을 뿐이다. K가 범한 죄는 양심을 갖지 못한 죄다.
이 밖에 저자는 입센 ‘민중의 적’,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등의 작품을 통해 도덕은 상대적인 것인가, 선의 기준은 유용성인가, 덕이란 무엇인가 등의 문제를 성찰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