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 내일 출간 50돌
1960년 발표된 이 소설은 대공황기였던 1930년대 앨라배마 주를 무대로 백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무고하게 체포된 흑인을 변호하는 인권변호사 이야기를 그의 어린 딸의 시선으로 풀어 낸 소설이다. 소설의 무대인 ‘메이콤’은 실제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지금까지 살고 있는 먼로빌이다. 작품에 소개된 인물들 역시 주변 이웃들의 모습에서 착안했다는 점에서 자전적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다.
외신들은 “먼로빌에는 매년 3만 명이 넘는 순례객이 찾고 있다”라고 전한다. 먼로빌의 모습은 많이 변했다. 당시 소설에서 묘사된 법원 건물은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고, 작가 하퍼 리가 어린 시절에 살았던 집은 패스트푸드 식당으로 변모했다. 시대도 많이 변했다. 작품이 나온 1960년대는 흑인 민권운동이 갓 태동하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흑인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볼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인종 편견이 미국 사회에 남아 있는 한 이 소설의 가치는 여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출간일을 전후해 먼로빌을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는 소설 낭독회, 먼로빌 마을 투어, 다큐멘터리 상영 등 성대한 생일잔치들이 열린다. 정작 이 모든 행사에서 저자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퍼 리는 인구 7000명의 이 한가로운 농촌 마을에서 언론 인터뷰나 외부 초청을 일절 거부한 채 50년째 은둔 생활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판 출간-다큐상영 등 재조명 행사 잇따라 열려
“美 인종편견 남아있는 한 소설의 가치는 계속될것”
앵무새 죽이기를 ‘미국의 국민 소설’로 치켜세웠던 오프라 윈프리도 그를 무대로 끌어내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최근 한 영국 언론사 기자가 “책에 대한 얘긴 절대 묻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 초콜릿 선물을 사들고 방문했지만 “고맙다”는 몇 마디 말을 제외하고는 다른 코멘트를 듣지 못했다.
앵무새 죽이기는 초기의 짧은 단편 몇 개를 빼고는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소설이다. 하퍼 리 자서전을 쓴 또 다른 작가 찰스 실즈는 “다른 작품이 더 나올 것이란 추측도 있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그가 죽기 전에는 출판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