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좀 허접한 팀하고 평가전을 할 때 팬들이 오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이 팬을 1만5000명에서 2만 명은 몰고 다녔어요. 경기장이 꽉 찼죠.”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의 회고다. 2007년 말 대표팀 사령탑에 복귀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룬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에게 고정 팬이 있다는 얘기다. 허 감독이 떠나며 후임 인선에 들어간 축구협회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허 감독의 명성에 견줄 만한 인물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허 감독과 같은 급의 사령탑을 찾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대표팀 감독은 꽃 중의 꽃이다. 한 나라 축구의 자존심을 보여준다. 지도력도 가장 중요하겠지만 스타성을 무시할 수 없다. 스폰서로부터 수백억 원을 받는 축구협회로서는 인지도가 높은 인물을 뽑아야 돈을 내는 기업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축구협회는 “허 감독이 16강을 이루며 토종 감독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국내파 가운데 차기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현직 K리그 사령탑 열두세 명의 후보군을 놓고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기술위원회는 대표팀의 연속성 차원에서는 허 감독을 보좌했던 정해성 코치를, 업적과 명성에서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사상 첫 8강 진출을 이뤘던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을 최적 후보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어떤 결론에 이를까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