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6월 국회에서 2014년부터 구의회를 폐지하기로 한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안을 처리하지 않은 것은 한마디로 국민을 우롱한 처사입니다.
국회 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27일 서울특별시와 6개 광역시의 구의회를 폐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 특별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 6월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 때 유권자들은 광역시 구의원 선거는 이번이 마지막인 것으로 알고 투표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여야는 6월 국회에서 특별법안을 법사위에 상정하지도 않은 채 2013년 5월까지 구의회 개편방안을 마련하기로 말을 바꾼 겁니다. 개편방안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구의회를 폐지하지 않기로 여야가 사실상 합의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서울과 6개 광역시에 모두 1010명의 구의원을 두고 있습니다. 구의원들이 받는 연봉은 1인당 평균 4000만 원 정도입니다. 1년에 구의원들에게 직접 들어가는 국민 세금만 404억 원이나 되는 겁니다.
민주당은 “구청장은 직선으로 뽑으면서 구의회만 없애는 건 민주주의의 후퇴”라며 구의회 폐지 반대에 앞장섰습니다. 6·2지방선거에서 서울 인천 등 대도시 구의회에서 의석수를 대거 늘려 한나라당과 양분하게 된데다 다음 국회의원 총선에서도 손발이 되어 뛰어줘야 할 구의원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웠겠지요.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도 동조한 걸 보면 역시 초록은 동색인가 봅니다.
구청장의 예산집행과 행정업무에 대한 감시 및 견제 기능은 제대로 못하면서 이권과 비리에 개입하는 구의원이라면 없는 게 낫지요. 자기들이 한 합의를 두 달 만에 뒤집었다니 너무 뻔뻔하지 않습니까.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