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종은 세계적 금융·법률잡지 ‘IFLR’가 수여하는 ‘2008년 아시아 증권발행 딜 상’을 수상했다.
법률시장의 빗장이 서서히 열리면서 한국 로펌과 외국의 거대 로펌 간에 정면승부의 날도 머지않았다. 동아일보는 본격적인 시장 개방에 앞서 국내 로펌들이 어떠한 강점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봤다.
본보가 실시한 50대 주요 대기업 로펌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와 사건 수행 실적, 수상 실적, 시장의 평판 등을 고려해 분야별로 우수한 로펌을 소개한다.》
■ 금융·증권 분야
세종, 올해 1분기 기업공개 법률자문 세계 4위 ‘자랑’
세종은 대기업 설문조사와 국내외 실적 등을 감안할 때 금융 분야에서 강자로 꼽힌다. 증권거래법 박사 학위를 받은 신영무 대표변호사가 1982년 창립한 뒤로 세종은 기업법무 국제거래 금융·증권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기업공개(IPO) 분야에서 세종은 독보적이다. 5월 상장된 삼성생명을 비롯해 동양생명, 진로, 대한생명 등 유명 기업의 IPO에 모두 참여했다. 세종은 블룸버그 집계 결과(6월21일 현재) 올해 상반기(1∼6월) 모두 12건, 거래 금액으로 33억9200만 달러 가량의 IPO에 참여해 IPO 법률자문 분야에서 전 세계 로펌 중 4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1위에 올랐다.
광장은 금융·파이낸스(60명)와 증권·자본시장(30명)으로 나뉜 두 팀이 금융 분야 법률자문과 소송을 이끌고 있다. 특히 선박금융, 항공기금융, 사회간접자본(SOC)금융 등 전문영역을 세분한 것이 강점이다. △부산신항만프로젝트 건설을 위한 SOC금융 △OB맥주 인수금융 △오성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파이낸싱 △강남순환도로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의 자문을 맡았다.
율촌은 금융에 특화된 변호사들의 전문성에 금융감독원 등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전문가들의 조언, 정부부처와 회계법인 등에서 쌓은 회계사와 세무사들의 풍부한 경험이 쌓여 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롯데쇼핑의 런던 및 한국 증권거래소의 동시 상장을 도왔고 △SK텔레콤의 해외 교환사채 발행 △지마켓(GMarket)의 미국 나스닥 상장 △신한은행의 호주 캥거루 본드 발행 등에 자문을 했다.
광장, 법률자문 압도적 우위… 평가기관들 최고로 손꼽아
■ 기업 M&A 분야
법무법인 광장 인수합병(M&A)팀이 한 법률 정보 업체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M&A 법률자문 노하우 등을 소개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M&A 법률자문 시장을 선도하는 로펌으로 꼽힌다. 제일은행 매각과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 LG와 현대그룹의 반도체사업 빅딜 등 최근 30여 년간 국내에서 진행된 굵직한 M&A 거래에는 어김없이 광장이 법률 조언을 맡았다. 인수가격이 6조∼7조 원대로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였던 대우조선해양 매각에도 산업은행 측 자문을 맡았다. 국내 재벌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LG그룹을 비롯해 SK그룹, GS그룹 등 주요 그룹의 지주회사 설립과 전환업무를 도왔다.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광장은 ‘아시아 로(Asia Law)’ 등 국제적인 평가기관으로부터 M&A 분야 최상위 로펌으로 선정됐다.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지난해 초 인수합병 이후 두드러진 약진을 보였다. 대륙아주는 올 들어 가장 큰 M&A로 꼽히는 3조6000억 원 규모의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자문을 수행해 올 2분기에만 4조2000억 원의 M&A 관련 법률자문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1조2000억 원 규모의 한국철도공사의 인천공항철도 인수 관련 자문을 맡은 대륙아주는 LIG홀딩스의 한보건설 인수, 현대중공업의 현대종합상사 인수 등 대형 M&A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대륙아주는 합병 이후 M&A와 금융, 도산 등에서 강점을 보였던 두 로펌의 장점이 결합하면서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법무법인 세종은 금융기관 M&A에서 독보적이다.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간 합병을 비롯해 2002년 서울은행과 하나은행 간 합병, 2003년 신한금융지주의 조흥은행 인수 등 최초 또는 최고가라는 기록을 갖는 대형 금융기관 M&A의 법률자문을 도맡아 처리했다. 이 때문에 한때 업계에서는 “금융기관 M&A는 세종을 거쳐야 한다”는 말까지 돌았다.
블룸버그가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 M&A 자문 실적을 조사한 결과 자문액수 기준으로 △김앤장(38건· 59억4600만 달러) △세종(14건· 30억1700만 달러) △율촌(3건·11억9900만 달러) △광장(10건·6억9700만 달러) 순이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율촌, 다양한 분야 조세 전문가들 모여 ‘드림팀’ 구성
■ 조세·공정거래 분야
소순무 한국세법학회장(그룹장·오른쪽) 등 40여명의 국내 최고 조세 전문가들이 모인 법무법인 율촌 텍스그룹의 회의 모습.
국내 50개 대기업 법무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조세, 공정거래 분야에서는 율촌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제치고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율촌의 조세 분야 경쟁력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드림팀’에서 나온다. 율촌의 조세그룹은 1979년부터 조세 관련 분쟁에서 경험을 쌓은 우창록 대표변호사를 비롯해 대법원 조세전담 재판연구관, 회계법인, 국세청, 기획재정부 출신 등 다양한 조세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윤세리 변호사는 “오랜 기간 조세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가 많아 조세 분야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율촌은 공정거래 분야에서도 굵직한 사건을 도맡아 처리해 주목을 받았다. E1, SK가스 등 국내 6개 LPG 공급회사가 판매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상정된 사건에서 GS칼텍스를 대리해 과징금을 대폭 줄이고 형사고발도 면하게 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법무법인 광장의 조세관세팀도 국내외 의뢰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 AIG가 운영하는 미국의 펀드가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을 경유해 한국에 투자하는 바람에 조세조약상 혜택을 박탈당하자 광장에 도움을 요청했다. 광장은 펀드 투자자에 관한 서류를 세밀히 분석하고 과세 관청과 협의해 경정청구를 통한 세금 환급을 이끌어냈다. 광장 이미현 변호사는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한국의 조세 실무가 매우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확신을 준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임승순 변호사가 이끄는 법무법인 화우 조세팀도 아시아나항공이 해외업체로부터 항공기 운영리스와 관련된 취득세와 농특세 부과처분 취소사건 등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조세 소송을 대리했다. 화우는 지난해 9월 김창환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고문으로 영입해 조세 자문서비스를 강화했다. 화우 조세팀 전오영 변호사는 “조세법률 서비스는 산업 트렌드에 따라 다양한 법률 수요가 요구되는 분야”라며 “관련 분야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전문가를 영입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