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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박영균]안희정 김두관의 역할 모델

입력 | 2010-06-25 03:00:00

강마다 유역마다 법 따로 시행 따로
반대 지역 예산, 찬성 지자체 주라




10여 년 전 수질오염을 줄이기 위한 오염총량제를 도입할 때 경기도내 한강 유역 주민의 반대가 극심했다. 서울 사람들이 먹는 물을 보존하느라 농사도 못 짓고 생업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 의지도 강했다. 서울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2000만 주민이 먹는 물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난감한 처지에 빠진 경기도는 중앙정부와 지역 주민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당시 임창열 경기도지사는 청와대로 김대중 대통령을 찾아가 협조를 구했다. 수질개선을 위한 오염총량제를 실시하되 한강 유역은 따로 법률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래서 1999년 제정된 법이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다. 한강 유역을 상수원지역 수변지역 등으로 묶어 개발을 억제하되 재산상 피해를 본 주민을 보상 지원하는 내용이다. 재원은 서울 인천 등 물을 사용하는 곳에서 내는 이용부담금과 정부 예산이다. 전국의 모든 강에 적용하는 법을 만들었다면 혼란을 빚고 시행은 더 어려웠을 것이다. 경험 많은 도지사의 노련함이 갈등과 마찰을 줄였다.

4대강은 똑같은 강이 아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은 저마다 특성이 다르고 유역 주민의 생활 생업도 차이가 있다. 같은 강이라도 상류 중류 하류의 이해관계가 판이하다. 서울과 양평의 관계가 부산과 대구의 그것과는 딴판인데 같은 법률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4대강 수질개선에 관한 법도 강마다 별도로 만들어졌다.

정작 오염총량제가 처음 시행된 것은 그로부터 5년 뒤인 2004년. 경기도 광주시가 중앙정부로부터 시설과 자금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시행에 합의했다. 지금은 한강 유역 7개 시군이 오염총량제를 실시한다. 한강유역에 대한 수질 오염총량제는 2013년부터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강원 충북지역의 반대가 강력해 이 같은 경과조치를 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 오염총량제에 반대하는 데는 오해도 한몫했다. 비료도 못 주고 소도 못 키우고 공장도 못 짓는다는 소문이 반대 여론을 부풀렸다. 총량제는 잘만 활용하면 개발도 가능한 제도다. 하수처리장을 지어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면 그만큼 더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6·2지방선거에서 여당에 패배를 안겨준 한 요인으로 꼽히는 4대강 사업도 오염총량제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지역 주민이 반대할 소지는 4대강 쪽이 오히려 작은 편이다. 지역 개발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도와주지 않는가. 그런데도 반대의 목소리가 큰 것은 4대강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한 반발 심리에다 ‘환경을 해친다’는 악선전과 뜬소문 탓이 크다.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직접 관련이 있는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자 55명 가운데 84%인 46명이 4대강 사업에 찬성하고 있다. 반대는 9명뿐이다. 같은 강 유역이라도 상류지역과 하류지역이 다르고 시장 군수와 도지사 견해가 충돌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나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는 사업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하는 판이다.

중앙정부가 국가사업을 일제히 밀어붙여도 안 되지만 도지사나 시장이 중앙정부의 정책에 무조건 반기를 드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선거운동을 할 적에는 반대했더라도 취임한 뒤에는 진정 도민과 시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신중히 살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 주민 사이에서 마찰과 갈등을 줄여 나가는 것도 자치단체장의 소임이다.

아무리 주민에게 좋은 정책이라도 한사코 반대하는 도지사와 시장이 있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정부도 지자체와 주민이 반대하는 구간에 대해서는 사업 추진을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반대하는 지역에 배정된 예산을 몽땅 찬성하는 지역으로 몰아주면 어떨까.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지 않는가. 그래도 안희정 김두관 당선자가 고집을 부릴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