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수문장 에니에아마, 공중볼 강하지만 낮게 깔리는 슈팅 취약 단신에도 점프-판단력 발군 메시 슈팅도 예측해 막아내 반박자 빠른 슈팅이 해법 타이밍 좋은 박주영에 기대
‘세트 플레이’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1, 2차전의 키워드였다. 한국은 장신 선수들이 즐비한 그리스를 상대로는 세트 플레이를 잘 막아내며 2-0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전에선 세계 최고의 공격수 메시를 막지 못해 1-4 완패를 당했다.
이제는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다. 2패를 당한 나이지리아는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여전히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서도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 마지막 경기에서 기사회생한 나이지리아는 “한국을 잡고 다시 한 번 기적을 이뤄내겠다”며 벼르고 있다.
○ 신들린 선방…예고된 거미 손
나이지리아를 잡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3차전 핵심 키워드인 빈센트 에니에아마(하포엘 텔아비브)다.
나이지리아 대표 수문장인 에니에아마의 이번 대회 활약은 눈이 부시다. 수비와 조직력이 무너진 나이지리아는 2경기에서 무려 51개(아르헨티나 24개, 그리스 27개)의 슈팅을 허용했다. 하지만 실점은 3점에 불과하다. 에니에아마의 신들린 선방 덕분이다. 2경기에서 14개의 유효 슈팅을 막은 그는 골키퍼 선방 부문 선두권에 올라 있다. 1, 2차전 경기 최우수 선수는 그의 몫이었다. 진 팀의 골키퍼가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건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에니에아마의 활약이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월드컵 예선에서도 10경기에서 4골만 내줬다. 2007년 이적한 이스라엘 리그에선 2009년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등 최고 활약으로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그를 두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등 빅 클럽들의 러브 콜이 쇄도하고 있다.
○ 낮고 빠르게…반 박자 빠르게
아르헨티나전에선 메시를 막기 위해 수비수들이 애를 먹었다면 나이지리아 전에선 공격수들이 에니에아마를 뚫기 위해 고심하게 됐다. 그의 ‘거미손’을 어떻게 뚫을까.
일단 공중 볼은 금물이다. 에니에아마는 골키퍼로서는 키(180cm)가 작은 편이지만 점프력이 좋고 판단력도 발군이다. 어설프게 날아오는 공중 볼은 어김없이 그의 손에 걸린다. 순발력이 좋기 때문에 웬만큼 골문 모서리로 찔러도 걷어낼 확률이 높다. 그리스의 오토 레하겔 감독은 경기 전 “상대 골키퍼의 키가 작기 때문에 찬스에서 높은 크로스로 승부를 낼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에니에아마의 공중 볼 처리는 빈틈이 없었다.
그를 공략하려면 오히려 낮고 빠른 슈팅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에니에아마는 키가 작아 무게중심이 낮음에도 오히려 낮은 볼 처리에 가끔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스전 두 번째 실점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지적했다. 서형욱 MBC해설위원도 “리그에서 그는 무릎 밑으로 낮게 깔리는 슈팅이나 원 바운드 슈팅에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오른쪽으로 오는 슈팅에 다소 취약했다”고 전했다.
슈팅 템포도 중요하다. 동물적인 순발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반 박자 빠르게 슈팅해야 한다. 박문성 SBS해설위원은 “메시의 슈팅까지 예측해 막아낸 선수가 에니에아마”라며 “의식적으로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야 그의 호흡을 뺏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슈팅 타이밍이 빠른 박주영(모나코)이 전문가들로부터 에니에아마의 철벽 방어를 깰 가능성이 가장 높은 태극전사로 지목된 이유도 그 때문.
에니에아마는 킥이 좋고 정확하다. 예선에서도 그의 롱 킥이 공격수들에게 직접 연결돼 역습 찬스를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반면 가끔 볼을 끌다 컨트롤이 안돼 위기를 맞기도 한다. 그가 볼을 잡을 때 이청용(볼턴) 등 빠른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대시하면 결정적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