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금융기관에 4500억 달러 이상의 자본을 집어넣어 납세자들의 불만을 사자 은행세 도입에 열심이다. 대형 금융기관이 가진 예금 이외의 일정한 부채에 0.15%의 세율로 향후 10여 년간 약 1000억 달러를 부과하는 계획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도 부과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에 금융부실이 터지지 않아 구제금융을 쓰지 않았던 캐나다 호주 일본 브라질 중국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나라마다 환경과 조건이 다르므로 각국이 알아서 하자는 주장이다. 미국은 부산 회의에서 회원국 간 견해차를 좁힌 뒤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문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가 적지 않게 놀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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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G20 회의에서 은행세 도입에 찬성했다. 은행세를 통해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은행 지점들이 외화를 빌려오는 것을 억제한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마다 외환시장과 증권시장이 큰 충격을 받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좋은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금융시장이 투자가치가 있는 한 외자는 계속 드나들 것이고 일부 기업은 은행세를 대신 내주면서 외화대출을 받으려 할 것이다. 금융위기 처리 비용의 상당부분을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면 은행세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다. 원화 국채에 50조 원가량을 투자한 외국은행 지점들의 외화 차입이 규제를 받으면 채권시장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2008년의 경우 주요국 및 신흥국 45개국 중 외자의 유출입이 11번째로 심했다. 자본시장 개방 수준에 비해 환율 변동이 특히 심한 나라로 꼽힌다. 은행세로 자본 유출입을 규제할 때 실효가 클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G20 부산 회의에서 은행세 도입이 불발한 것은 다행이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가 금융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우리가 모두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미국은 1999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겸업을 허용했다가 금융위기에 놀라 엄격한 분리를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는 발달한 투자은행을 가져보지 못했다. 주요국은 대형화 글로벌화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달성하지 못한 목표다. G20의 금융개혁 방안이 우리 시장의 불안정성을 줄여줄 수 있지만 성장성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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