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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남아공-김진회기자의 월드컵동행기]허정무 감독 “함께 노력했던 선수들 탈락해 안타까울 뿐”

입력 | 2010-06-01 05:09:46


“함께 노력하고 땀 흘렸던 선수들이 탈락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의 얼굴에는 착잡함이 묻어났다. 지난 30명의 예비명단에서 4명을 추려낼 때와는 또 다른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허정무 감독은 1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의 한국 취재단 숙소인 카펠라 호텔에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할 23명의 최종명단을 전격 발표했다.

허 감독은 애초 1일 오후 4시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최종엔트리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미 탈락한 선수들이 2시간 앞서 대표팀 숙소를 떠나서 귀국길에 올라야 해 갑작스럽게 반나절 정도 앞당겨 명단을 공개했다.

이날 탈락의 고배를 마신 선수는 이근호(주빌로 이와타), 신형민(포항), 구자철(제주) 등 세 명.

허 감독은 “이근호는 슬럼프를 못 벗어나고 있고, 현지에서도 경기력이 올라오지 못한 상황이다. 신형민은 기대도 많이 했는데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안 좋았다. 앞으로 월드컵 본선 세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 여파가 오래갈 것으로 판단했다. 구자철은 포지션 중복 등을 고려했다. 마음 같아서는 함께 가고 싶은데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제외했다”고 탈락 배경을 밝혔다.

이어 “포워드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 공격수 중 이동국(전북)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이라 그 점이 고민스러웠다. 나머지 선수도 다 마찬가지다. 다른 포지션은 이미 배정됐지만, 공격 쪽은 확실한 옵션이 없는 상황이었고, 선수들의 컬러도 비슷해 고민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또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그 동안 계속 지켜보고 검토하고 의논했다. 마지막까지도 이런 점, 저런 점을 고려했다. 포지션상 문제가 있을 때 어떤 선수가 얼마만큼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세 경기에 모든 힘을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과연 어떤 선수가 경기에 나갈 수 있고 도움이 될 것이냐를 나름대로 고심 많이 했다. 선수들에게 아직 통보는 못 했다. 이제 돌아가면 선수들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했던 이동국(전북)을 최종명단에 포함시켰다. “다소 힘들겠지만 두 번째 경기부터는 가능하다고 메디컬, 피지컬 쪽의 의견이 모아졌다. 오늘 아침에도 병원에 가서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했는데 상처가 거의 아문 상태다. 지금도 어느 정도 훈련은 할 수 있지만, 일주 후부터는 100% 팀 훈련이 가능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그리스와 첫 경기에도 후반 교체 출전 정도는 가능하지만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동국의 그리스전 출전은 사실상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본선 조별리그 2, 3차전을 뛰는 데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 허 감독의 설명.

대표팀 젊은 피 3인방 중 구자철(제주)만 탈락했다. 이 중 김보경의 발탁은 의외라는 평가다. 허 감독은 “실제로 보면 나이를 떠나 경기에서 큰 역할을 해준 선수들이다. 최근 한•일전도 그렇고 경기에 출전하면 결정을 지어주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땄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탈락한 선수 중 가장 안타까운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다 안타깝다. 마음이 썩 좋지는 않은 상황이다. 부상당한 선수도 마찬가지고, 그 동안 함께 노력했고 땀 흘린 선수들이 탈락할 때의 마음은 아프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마냥 안타까움만 드러낼 수 없는 법. 월드컵 본선이 11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허 감독은 “모든 것은 내가 짊어진다. 최선을 다하고 양심에 거리낌 없다면 만족할 것이다. 결과는 아무도 모르지만, 반드시 해낼 것이라는 각오로 남아공에 들어가겠다”고 마지막 말을 전했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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