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태양열로 온수 공급 ‘그린 아파트’ 나왔다

입력 | 2010-06-01 03:00:00

LH,오산 누읍지구에 설치
가구당 月 급탕비 6000원↓
CO₂年 290t 절감 효과




경기 오산시 누읍동 임대아파트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기(오른쪽 사진)와 단지 내 태양열 에너지 생산량 및 이산화탄소 저감량을 표시하는 상황판(왼쪽 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 단지의 태양열 시스템으로 연간 8500만 원의 온수 비용을 아낄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

‘2010년 6월, 총 온수 사용료 2만 원. 태양열 할인 ―6000원. 납부해야 할 사용료 1만4000원.’

경기 오산시 누읍동의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앞으로 이런 내용의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볼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태양열을 이용해 온수를 공급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생겼다. 지금까지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료를 아끼는 아파트는 있었지만 태양열로 급탕(給湯)비를 절감하는 공동주택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 오산누읍지구 임대아파트(1179채) 옥상에 집열기 1700m²를 설치해 태양열로 가열된 온수를 각 가정에 공급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이 아파트는 15층 높이, 총 14개 동 규모로 지난달 27일 입주를 시작했다.

LH는 이 같은 태양열 시스템으로 가구당 월평균 6000원가량, 단지 전체로는 연간 8500만 원의 급탕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간 290t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여 2만4000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LH는 이 단지에서 물을 끓이는 에너지의 30∼40%는 태양열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기존 지역난방 시스템을 활용하기로 했다. 비나 눈이 오면 태양열 집열기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LH 관계자는 “임대아파트의 경우 가구당 급탕비가 월 2만 원 정도 나오는데 이 정도 비율이면 한 가정에서 약 6000원은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LH는 2001년에도 광주시 화정지구의 아파트에 실험용 태양열 시스템을 설치했다. 당시엔 최고층 가구 등 일부에만 이 시스템을 가동해 실제 태양열을 각 가정에서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 점검해본 뒤 바로 철거했다. 이후 경기 성남시의 판교 연립주택, 주택단지 부대시설 등에 태양열 설비를 설치한 적은 있지만 대단위 공동주택에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관리사무소나 노인정 등 복지시설에는 일부 태양열 시설이 설치돼 있는 곳이 있는데, 주거부문에 설치한 것은 처음”이라며 “아파트 같은 고층 건물은 옥상에 집열기를 설치할 면적을 확보하기 어렵고 비용 대비 효율성에 대한 검토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산누읍지구 아파트의 경우 태양열 설비를 장착하는 데만 13억4000만 원(가구당 114만 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적어도 약 15년은 지나야 누적된 에너지 절감효과로 공사비를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LH 관계자는 “경제성이 아직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기술개발이 되고 공사단가가 내려가면 더 많은 단지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공급하는 아파트는 공공과 민간에서 이미 널리 상용화된 상태다. LH는 지난해까지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2만2600여 채에 적용했고 올해에도 1만 채 이상을 대상으로 이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 태양열처럼 보급률이 저조한 지열 및 연료전지를 적용하는 아파트 단지도 계획 중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