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을 거쳐 지난해 말 정식으로 KT에 입사한 신입사원 정지훈 씨(왼쪽)와 조은아 씨가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끼가 넘치는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KT
■ 랩에 빠진 이 남자-적극적인 이 여자
PR하고 부딪히고… 通했다 “올레”
1년 전만 해도 둘의 공통점은 대학 때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 광화문 사옥에서 만난 이들은 둘 다 ‘올레’ 배지를 왼쪽 가슴에 달고 KT 명함을 건네고 있다. KT 신입사원으로 지난해 입사한 정지훈 씨(28·홈고객부문 경기남부마케팅단 이천 지사)와 조은아 씨(25·기술전략실)는 어느덧 아이폰을 논하고 있다. 근거리무선통신기술인 ‘와이파이(Wi-Fi)’, KT의 유선통신 브랜드 ‘쿡’에 대한 얘기도 서슴지 않는다. 통신의 ‘통’자도 모르는 ‘통신 백치’에 가까웠다는 이들이 현재 한국 통신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KT에 당당히 입사한 비결은 무엇일까.
○ 우연처럼 시작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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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3년 전 KT에서 벤처 창업 공모전인 ‘벤처 어워드’에 지원해 장려상을 받았다. 군대 제대 후 친구 2명과 창업을 계획 중이었던 그는 신문에서 공모전 소식을 듣고 도전을 결심했다. 평소 아이디어나 랩 가사 등 떠오르는 것들을 무조건 적었던 라임노트가 생각났다. 그 속에서 발견한 것은 ‘주머니 속 짤랑거리는 동전 없애기 프로젝트’였다. 짐만 되는 동전을 버스카드 충전하듯 카드에 적립하게 하는 ‘KT포켓’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기획안을 제출했고, 입상까지 하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참 좋은 경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줄 알았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KT 관계자 분이 계속 전화를 주시면서 인연을 이어가자 하시더군요. 그중에는 인턴 얘기도 있었어요. 창업도 중요하지만 대체 어떤 회사이기에 이렇게 연락을 계속 줄까 궁금해 2년 후 인턴에 지원하게 됐죠.”
조 씨는 2006년 당시 KTF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턴십 프로그램 ‘모바일 퓨처리스트’ 활동을 했다. 글로벌 로밍 서비스를 제안하고, 무선인터넷 미팅 채팅 서비스 개선 등 휴대전화 서비스 관련 기획안을 짜는 일을 했다. 처음엔 프로젝트보다 1등상(해외연수)에 더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생소했던 3세대(3G) 휴대전화 서비스, 영상통화 등의 경험이 인턴십 프로그램이 끝난 후 잔상으로 남았다. 처음으로 통신에 관심을 갖게 된 데 스스로 놀란 셈. 이후 조 씨는 더 알고 싶다는 의욕을 앞세운 채 인턴에 지원했다.
○ 스스로 ‘개척한’ 인턴
“인턴 전까지는 우연이었지만 인턴 후부터는 필연이었다”는 두 사람. 그 필연의 원동력은 ‘적극성’이었다. 정 씨는 가수 겸 배우 비의 본명과 같다는 것에 착안해 “가수 비가 세계를 대표하는 가수라면 나는 KT를 대표하는 ‘비’가 되겠다”며 자신을 홍보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PR가 중요했다. 라임노트에 뭐든지 메모해 오던 정 씨는 노트 속에 적힌 아이디어들을 회사 상사들에게 보여주었다. 고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140자 단문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트위터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부터 ‘콘텐츠를 다양화하자’며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자는 얘기를 술자리에서 피력했다. 그러자 주위 상사들도 “사업 기획안을 만들어 보라”며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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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행하라, 그럼 이루어지리라
인턴 때 적극적인 모습으로 어필했다면 두 사람은 채용 과정에서 스스로를 객관화, 전문화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정 씨는 메모하는 버릇을 살려 노트에 자신의 장점, 문제점, 보완해야 할 것들을 적으며 자신을 객관화했다. 특히 각 지사 인력들을 활용해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하자는 ‘공익활동’ 계획안처럼 KT에 현재 필요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이를 면접 때 발표했다. 조 씨 역시 신문을 통해 최근 KT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일일이 체크하며 외웠다. 이를 바탕으로 ‘쿡 사이트 개선안’을 면접 때 내놓았다.
두 사람을 취업시킨 원동력은 적극성이다. 정 씨는 “나의 강점을 적극 앞세웠던 것이 취업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 강점을 찾는 과정에 대해 이들은 취업 전 다양한 경험을 쌓을 것, 유명 기업 여러 군데보다 내게 맞는 기업 한두 군데를 타깃으로 공략할 것, 메모하고 평가하는 등 자신을 객관화하는 습관을 기를 것 등을 강조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KT 인턴도입 7년째… 올해 최대 50% 정규직 채용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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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인턴의 정규직 채용 규모가 더 커졌다. KT는 지난해 말 선발돼 올해 1월부터 근무 중인 300명의 인턴 중 우수자들에 한해 7월 수료 후 임원 면접을 거쳐 바로 채용할 계획을 내놨다. 전체 인턴의 20%에서 많게는 절반까지 채용할 예정이다.
KT는 또 현재 150명 규모로 인턴을 뽑고 있으며 하반기(7∼12월)에 추가로 150명을 더 선발한다. 하반기 인턴 모집은 11월경에 한다.
모집 과정은 경영지원, 미디어, 마케팅, 정보기술(IT) 등이다. 마케팅의 경우 개인고객, 홈고객, 기업고객 분야로 나뉜다. IT 분야만 이공계열을 대상으로 하고 나머지 분야는 전공과 관계없이 지원 가능하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좋은 예-적극성을 보여라
주어진 업무에 충실한 것은 기본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극적으로 하느냐 하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상사나 직원들이 생각하기 힘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다. 또 현재 소개된 KT 내 각종 통신 서비스나 사회 공헌 활동들 중에 문제가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개선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내는 것도 좋은 평가를 받는 지름길이다. 단순히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아예 기획안을 만들어 보고한다면 금상첨화다.
▽나쁜 사례-환경 탓, 남의 탓
때에 따라선 자신의 적성과 상관없는 일을 하는 부서로 배치받는 인턴들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한다면 아무리 주어진 일을 잘해도 좋은 평가를 받을 리 없다. 특히 인턴 동기들이나 상사들에게 인턴제도 자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것은 단체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KT 관계자는 “회사의 방침을 무시할 정도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인턴은 그 자체로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