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막걸리, 우리쌀 제품으로 모두 바꿀것”“국산 쌀로 빚어야 제맛”기존 제품보다 300원 비싸가격위주서 품질경쟁 전환
배중호 국순당 사장이 7일 최근 첫선을 보인 ‘우리 쌀로 빚은 국순당 생막걸리’를 들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사진 제공 국순당
배중호 국순당 사장(57)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막걸리 맛은 쌀의 생산지보다 생산연도가 더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과거 몇 차례의 샘플 실험 결과가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들었던 것. 하지만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국순당 회의실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오류를 인정했다. 배 사장은 “수입 쌀 생막걸리를 생산하면서 쌓은 기술력을 우리 쌀에 접목했더니 훨씬 더 맛있었다”며 “이를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배 사장은 그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발언도 했다. 지난해 5월 첫선을 보인 이후 1년 만에 약 3000만 병을 판매한 히트상품 ‘국순당 생막걸리(생막걸리)’를 모두 신제품인 ‘우리 쌀로 빚은 국순당 생막걸리(우리 쌀 생막걸리)’로 교체하겠다고 했다. 수입 쌀로 만든 생막걸리는 1200원이며 우리 쌀 생막걸리는 1500원이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진 막걸리 시장에서 ‘가격’은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순당 직원들조차 배 사장을 말렸다고 한다. ‘생막걸리 붐’을 타고 매달 매출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배 사장의 이런 결정을 ‘실언(失言)’으로 오해한 직원들도 있었다는 것.
국순당은 우리 쌀 생막걸리를 생산하면서 연간 1만4000t 이상의 쌀을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막걸리 생산에 쓰인 우리 쌀이 총 7000t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양이다. 여기에 다른 막걸리 제조 회사들까지 동참할 경우 우리 쌀 소비 촉진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 사장은 “국순당이 전면 교체하겠다고 해서 한번에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의지를 갖고 유통업체와 판매업체 모두를 설득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또 수입 쌀로 만든 생막걸리에 들인 연간 40억∼50억 원보다 2배 이상 많은 마케팅 비용을 우리 쌀 막걸리에 쓸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막걸리시장에 대기업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많은 중소업체가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할지 모른다”면서도 “대기업 진출에 따른 유통시스템 개선 및 품질 향상은 막걸리가 세계 시장으로 도약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