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함대 자녀 다니는 원정초교“천안함 잊지 않을게요” “친구야, 네가 공부 잘해서 아버지 꿈 이뤄드려”
27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 원정초등학교 4학년 1반 학생들이 정성스레 희생 장병들을 추모하는 글을 쓴 흰 손수건을 모으고 있다. 평택=홍진환 기자
“우리나라를 지켜주신 46명 용사분들 감사합니다.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 우리나라 이제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겠습니다.”(박혜경)
27일 오전 10시 반 경기 평택시 포승읍 원정초등학교 4학년 1반. 하얀 손수건 위에 색연필과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했다. 평소 같으면 왁자지껄 시끄러웠을 이들은 모두 왼쪽 가슴에 검은색 ‘謹弔(근조) 리본’을 달고 있었다.
두 번째 분단 다섯 번째 줄. 빈자리를 바라보는 김연국 군(10)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흰 손수건 위에 “천안함 장병들 편안히 잠드세요. 재현이 아버지 편안히 잠드세요”라고 적은 김 군은 고(故) 남기훈 원사(36)의 둘째 아들 재현 군(10)의 단짝 친구다. 재현 군은 천안함 침몰 이후 아버지가 첫 번째 사망자로 발견된 3일에도 학교에 나왔다. 하지만 장례가 시작된 25일부터는 국화 한 송이만 자리를 지켰다. 아이들은 비어 있는 재현 군의 책상 위에 편지 서른 통을 올려놓았다.
아이들은 손수건에 천안함과 태극기를 그리고 ‘감사하다’ ‘사랑한다’라고 적어 넣었다. 남 원사와 김태석 원사(37), 김경수 상사(34), 박경수 상사(29) 등 희생자 4명의 자녀와 반이 같은 아이들은 아버지를 잃은 친구를 위로하는 편지도 썼다. 원정초교는 전교생 617명 중 76%인 470명이 해군 제2함대사령부 소속 장병들의 자녀다.
전교생이 천안함 희생자와 생존자에게 적은 손수건 편지는 영결식이 열리는 29일 학교 앞 소나무 열 그루에 가지마다 걸린다. 학생들은 운구차량이 학교 앞을 지나갈 때 ‘편지 나무’ 앞에서 희생자 46명을 배웅할 계획이다.
평택=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