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한민족학교 엄 넬리 교장‘러시아 심장부에…’ 출판 기념회
러시아 모스크바 제1086 한민족학교 엄 넬리교장이 1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종엽 기자
학교 설립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엄 교장은 자서전에서 “처음 1086 한민족학교가 만들어질 때 지역 당국과 지역교육위원회 등이 개교에 부정적이었다”며 “심지어 주변의 다른 학교 교직원까지 민족학교 설립에 반대했다”고 회상했다. 엄 교장은 러시아에 있는 이주 한인(고려인) 대부분이 한국어를 모르는 현실을 설립 근거로 들었다. 그는 “가정에서조차 러시아말만 들었던 고려인 학생들에게 모국 언어와 문화를 전달하려면 민족학교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 설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엄 교장의 이런 주장에는 자신의 ‘체험’도 녹아 있다. 그 역시 1992년 한민족학교 설립 전까지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쉰 살이 넘어 모국어를 처음 배웠다. 엄 교장은 “민족학교 설립자가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아 모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제 엄 교장은 “한국 TV 방송의 90% 이상을 이해한다”고 자평할 정도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이기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규형 전 주러시아 대사는 축사에서 “한민족의 유산과 역사 문화를 전수하고 발전시키려는 엄 교장의 의지에 존경을 보낸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