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동성애자 역 송창의 씨
―김수현 작가 드라마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지난해 말 선생님 제의를 받고 정말 기뻤다. 동성애자 캐릭터가 거리낌을 줄 수는 있다는 생각에 약간 걱정은 됐지만 어차피 ‘연기’니까 도전하자고 생각했다.”
“대본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예전에 작품을 할 때에는 대본을 상황에 맞춰 바꿔 읽기도 했다. 선생님은 ‘어미’ 하나까지 다 설명을 해주셔서 대본 그대로 읽으면 캐릭터가 살아난다. 어제 가족회의 장면을 찍었는데 총 대사가 10페이지 정도 됐다. 전 가족이 모여 대사 연습을 하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다들 웃었다(웃음).”
“누구든지 느낄 수 있고 주변서 볼 수 있는 일들
중립적 시선으로 접근…‘남자’ 아닌 ‘사람’을 사랑”
―가족드라마에 동성애 코드가 등장한 점이 놀랍다. 김수현 작가와 정을영 감독이 특별히 요구한 점이 있는가.
“태섭과 경수의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해 달라고 했다. 대중과의 편한 호흡을 원하시고 연기도 힘을 주기보다 섬세하게 하라고 했다. 둘의 관계는 어떻게 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감독께서 ‘누구나 자기가 느끼는 것들을 속이고 살 때가 많이 있다. 그들(동성애자) 편을 들기보다 중립적인 시선으로 그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갔으면 한다’고 했다.”
―기존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보다 연기하기가 힘들었나.
태섭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그는 카우보이들의 사랑을 소재로 한 미국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들여다봤다. 극중 경수와 태섭은 “사랑한다”고 말하거나 키스 등 수위 높은 애정 신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4일 방송에서 둘이 헤어지며 서로 “네가 먼저 가”라고 배려하고 가볍게 포옹한 게 지금까지 나온 가장 강도 높은 애정 신이다.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에는 “신선하고 용감한 시도”라는 호평도 있지만 “동성애를 긍정적으로 그려서 청소년들이 영향 받을까 봐 걱정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그는 “주위 반응을 보면 10명 중 8명은 ‘괜찮다’고 말하고 나머지 2명은 ‘좀 그렇다’고 말한다. 나머지 2명 때문에 이 캐릭터가 생명력을 잃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작가 김수현씨 “편치않은 소재, 편견없이 묘사”
사회가 개방적으로 변하면서 국내 드라마에도 간헐적으로 동성애가 등장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양념’ 소재에 그치거나 단막극에서 다뤄졌을 뿐 가족드라마에서 깊이 있게 묘사된 적은 없다. 그래서 김수현 작가가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장남을 동성애자로 설정하고 그가 겪는 내적 갈등을 비중 있게 묘사한 것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인생은…’ 속 동성애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김 작가는 트위터를 통해 시청자와 소통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첫 방송 직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리 편치 않은 소재입니다만 편견없이 다루는 것으로 노력할 참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21일에는 “별로 파격이랄 거 없는데요…. 동성애가 그렇게 느껴지나봐요. 지켜봐주세요”라고 썼다. “아들하고 함께 봐야 할지 고민”이라는 방문자의 글에는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없는 아들로 만들어주세요”라고 답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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