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캣캣캣/태기수 외 지음/348쪽·1만2000원·현대문학
이 소설집은 젊은 소설가들이 고양이를 테마로 쓴 단편소설을 모은 것이다. 태기수 박형서 김이은 염승숙 명지현 씨 등 월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작가 11명의 작품이 수록됐다. 작가들이 고양이를 영감으로 떠올린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감상해볼 수 있다. 고양이란 동물이 가진 이미지만큼 작가들이 형상화한 서사도 다채롭다.
박형서 씨의 ‘갈라파고스’는 신(新)진화의 법칙(혹은 퇴화의 법칙)을 고양이를 매개로 풀어낸 소설이다. 우연히 길고양이를 데려온 청년은 그에게 ‘성범수’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친구처럼 아끼며 키운다. 하지만 이 고양이는 점차 청년의 친구, 여자, 신분까지 빼앗아가며 진화해간다. 분노한 청년은 성범수를 인천대교 밑으로 던져버리지만 고양이 ‘성범수’는 그렇게 호락호락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을 뛰어넘어 진화한 고양이와 도태한 한 남자는 뜻밖의 상황에서 조우하게 된다.
이 밖에도 염승숙 씨의 실연 당한 남자의 환상을 중심으로 고양이 이야기를 풀어낸 ‘자작나무를 흔드는 고양이’, SF적인 상상력으로 인간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명지현 씨의 ‘흙, 일곱 마리’ 등이 수록됐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