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그릇이 밥-반찬그릇으로… 린스통에 점자 새겨 눈감아도 알 수 있게…식품-화장품업계 ‘2차적 쓰임새’ 고려 다기능 디자인구매욕구 자극-재활용 통한 환경보호 ‘일석이조’ 효과
○ 일석이조 ‘용기’ 인기
죽 전문점 ‘본죽’의 포장용 플라스틱 용기는 맞벌이 부부와 싱글족의 숨은 니즈(needs)를 파고든 사례다. 회사 측은 싱글족이나 맞벌이 부부는 한 번에 밥을 많이 해서 1인분씩 밀폐용기에 나눠 담아 냉동했다가 데워먹곤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자사의 죽 포장용기를 밥을 냉동보관할 때 재사용할 수 있도록 중형 포장용기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즉석밥 용기의 크기와 모양으로, 소형 포장용기는 작은 반찬통 크기로 디자인했다. 게다가 용기의 재질은 뜨거워도 잘 변형되지 않고 전자레인지에 넣어 데워도 무해한 플라스틱(PP)을 재료로 하고 있어 밥 보관용으론 그만이었다. 그 결과 냉동보관 용기나 도시락 용기로 쓰려고 매장에서 포장 주문을 하는 고객이 늘었다.
○ 다기능 용기는 환경보호 효과도
생활용품이나 화장품업계도 다양한 기능을 용기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샴푸·린스 세트인 ‘에센셜데미지케어’를 출시하면서 린스 용기에 점자를 새겼다. 시각장애인을 배려하는 동시에 비장애인도 머리를 감을 때 눈을 뜨지 못해서 종종 샴푸와 린스 용기를 혼동한다는 점에 착안해 용기를 만지기만 해도 구분이 가능케 했다.
화장품업체 토니모리는 달걀을 주성분으로 만든 ‘에그포어 스페셜 트리트먼트’를 출시하면서 달걀 모양의 용기를 선보였다. 주요 고객인 여성들이 화장품을 다 쓴 뒤에도 액세서리 수납함 등으로 사용하려고 용기를 쉽게 버리지 않는 습관을 고려해 용기를 미니화분으로 재사용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이진영 본죽 마케팅팀장은 “회사 입장에선 고객이 해당 제품을 찾을 이유를 늘릴 수 있고 용기 재사용을 통해 환경보호 효과도 거둘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용기에 고객의 숨은 니즈를 반영하는 추세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