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아들 정준씨 SK, 전력분석코치 발령… 아버지와 아들 벤치 한집살림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부자(父子)가 감독과 코치로 벤치에 앉는다. 그 기록의 주인공은 SK의 김성근 감독, 김정준 전력분석팀장이다. SK는 11일 김 감독의 아들인 김정준 전력분석팀장의 코치 발령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팀장은 SK의 전력분석코치로 임명됐다. 즉 프런트 소속에서 코치로 신분이 바뀐 것이다. 하는 일은 같은데 왜 SK는 김 팀장을 굳이 코치로 임명해 덕아웃으로 옮겼을까. 두 가지 방향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덕아웃으로 불러들일 수밖에 없는 사정이 발생했다. 종전까지 김 팀장은 야구장 본부석 자리에서 전력분석 팀원들과 함께 데이터를 수집, 처리하면서 실시간으로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SK 덕아웃에 전달했다.
이밖에 덕아웃에 전자기기 반입금지 등 일련의 조치는 꼭 SK를 겨냥했다곤 볼 수 없어도 적어도 SK가 가장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뒤집어 보자면 SK의 전력분석 능력이 그만큼 탁월하다는 얘기다. 여기서 김 팀장은 브레인 중의 브레인이다. 그렇기에 SK는 김 팀장에게 코치 명찰을 달아줘서 덕아웃에 ‘합법적으로’ 들어오게 함으로써 분석 자료가 선수에게 가는 경로를 단축시킨 것이다. SK의 ‘반격’이다.
둘째, 김 팀장이 코치가 되면 부수적 효과가 하나 더 발생한다. 자연스레 현장의 김 감독과 프런트와의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발생하기 때문. 김 팀장은 김 감독에게 가감 없이 바깥얘기를 들려주고 직언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다.
충암고-연세대를 졸업한 김 팀장은 LG에서 1992∼1993년 2년간 뛰었다. 부상 등으로 선수로선 빛을 못 봤지만 1994년 프런트 전환 뒤 전력분석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본어에 능통한데다 타격 이론에 관한 조예도 깊다. 김재현, 박경완 등 SK의 베테랑 타자들과 절대적 신뢰관계를 쌓고 있다.
SK의 한 인사는 “(김 감독이)아들과 같이 덕아웃에 있는 점에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팀을 위한 일”이라는 대의에 입각해 아들의 코치 인선을 수용했다고 들려줬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