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10년이상 장수 CEO’ 평가 갈려
길게는 20년 이상 한 회사를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금융계에 등장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장이 일단락된 올해에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이들의 회사 내 입지가 더욱 굳건해지는 모습이다. CEO들이 장수하는 현상은 실적이 뒷받침된 데 따른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1인 지배체제’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최장수 CEO로는 라응찬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꼽힌다. 라 회장은 1991년부터 8년간 신한은행장으로 근무한 뒤 2001년 신한금융지주가 세워지면서 회장 직을 맡아왔다. 지난달 말 열린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서 그의 네 번째 연임을 사실상 확정함에 따라 라 회장은 2013년까지 20년간 CEO로 재직하게 된다.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 역시 1997년 2월 하나은행장을 시작으로 이사회 의장,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차례로 지내면서 14년째 CEO를 맡고 있다. 강정원 KB금융그룹 회장 직무대행 겸 국민은행장도 장수 CEO다. 2004년 11월부터 국민은행장을 맡고 있고, 서울은행장 경력까지 감안하면 10년간 은행장으로 일하고 있다.
해당 회사 관계자들은 “단명(短命)하는 CEO들이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반면 장수 CEO들은 긴 안목을 가지고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기 집권하는 CEO가 독단적 경영 행태를 보일 경우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최근 확정된 은행권의 ‘사외이사 제도 개편안’에서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토록 한 것도 장수 CEO에 대한 일종의 견제장치라는 분석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