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KT? 모비스?… 우승트로피 2개 만든 속사정

입력 | 2010-03-03 03:00:00


KT 전창진 감독은 지난해 이맘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속이 쓰리다. 당시 동부 사령탑이던 전 감독은 시즌 막판 6경기를 앞두고 3경기 차로 2위 모비스를 따돌린 선두였다.

정규시즌 우승이 품 안에 들어온 듯했다. 하지만 갑자기 일이 꼬였다. 웬델 화이트가 부상으로 빠진 데다 김주성이 체력 저하에 허덕이면서 1승 5패의 부진에 빠졌다.

66일 동안 지켜온 선두 자리에서 물러나더니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는 전 감독의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인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모비스에 돌아갔다. 승부사로 유명한 전 감독은 믿기 힘든 결과에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그로부터 1년이 흘러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1일 전자랜드를 꺾으며 40일 동안 선두를 달리던 모비스를 0.5경기 차 2위로 밀어냈다.

7일 정규시즌 종료를 앞두고 KT는 2경기가 남았으며 모비스는 3경기를 치러야 한다. 두 팀이 최종 성적에서 동률이 되면 상대 전적도 3승 3패로 같기에 맞대결 득실 차에서 앞선 모비스가 1위를 차지한다. 일단 자력 우승의 가능성을 남겨둔 모비스가 유리해 보이지만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유재학 감독은 “오히려 불리해졌다. KT보다 경기가 많이 남은 데다 대진도 나쁘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모비스는 4일 최하위 오리온스와의 경기에 이어 주말에 까다로운 동부, LG와 연전을 치른다.

KT는 4일 동부를 만난 뒤 7일 올 시즌 5전승을 거두고 있는 KT&G를 부산 홈으로 불러들인다.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 팀과의 경기를 앞둔 다른 팀 감독들은 어느 한 편을 밀어주는 게 아니냐는 괜한 오해라도 살까 신중한 모습이다. 특히 KT, 모비스와 연이어 맞붙는 동부 강동희 감독은 캐스팅보트라도 쥔 듯하다. 강 감독은 “(김)주성이가 발목 부상으로 뛸 수 없어 다른 팀에 신경 쓸 여유는 없다”고 말했다.

챔피언의 향방이 안갯속에 빠지면서 한국농구연맹(KBL)은 우승 트로피 2개를 제작해 뒀다. 지난 시즌 꼴찌에서 극적인 뒤집기 우승을 노리는 KT와 2년 연속 정상 등극을 꿈꾸는 모비스.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