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호령하던 ‘스리 스타’“이젠 흙에서 ‘별’을 캡니다”
《경기 가평군 설악면 묵안1리에는 2년 전부터 산비탈을 일궈 과수농사를 짓는 한 전직 고위인사가 살고 있다. 이곳은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걸려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편이다. 하지만 진입도로가 넓지 않아 오가는 사람이 적다 보니 여느 한적한 시골과 다름없는 분위기를 풍긴다. 이곳 60여 가구 주민들은 보기 드문 이 고위인사를 ‘장군님’이라고 부른다. 이 인사가 육군 중장을 끝으로 예편했기 때문이다.》
軍요직 두루 거친 ‘엘리트’… 2007년 예편후 ‘귀거래사’
굴착기 운전배워 직접 개간…시행착 오 속 한걸음씩 전진
“친환경농법보다 어렵다는 자연농법으로 승부할 것”
○ 화려했던 과거를 묻어두고
이성규 ‘장군 출신 농부’는 인생 100세 시대에 평생 현역으로 일할 수 있는 분야가 농사라고 판단해 일찍부터 귀농을 준비했다. 이 전 장군이 집에서 난방용으로 사용할 나무를 지게에 지고 눈 쌓인 비탈을 내려오고 있다. 가평=이훈구 기자
이 정도 경력이라면 예편한 뒤 군 관련 고위직을 맡거나 정계에 진출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만도 하다. 하지만 이 전 장군은 많은 군 선배들이 걸었던 이러한 길을 마다했다. 그는 “군 관련 고위직 공개모집에 신청하기 싫었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정치인 변신도 내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생을 직업 군인으로 보낸 그가 선택한 제2직업은 ‘농사꾼’이었다.
그는 어릴 때 외할아버지가 농사를 짓는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농대로 진학할 생각을 품기도 했다가 육사로 방향을 잡았다. 공병감(소장)까지 지내고 예편한 부친 역시 농사를 지으려고 땅을 장만하기도 했다. 부친은 결국 농사를 짓지는 못했지만 자신은 농부가 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농부가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인생 100세 시대에 평생 현역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충분한 시간 두고 철저하게 준비
오래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시작한 농사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농업을 안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벽제 시절 텃밭 경험은 본격적인 농사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습기 많은 땅에 감자를 심는 바람에 썩혀 버린 일처럼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와도,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도 개간한 땅이 쓸려 내려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초보 농부이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꿈을 품고 있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자연농법을 수행하는 것이다. 자연농법은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농법보다 더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과수원 터 2000평도 굴착기를 몰아 개간했고 매실 묘목도 혼자 힘으로 직접 심었다. 이제는 농촌생활의 열렬한 지원자가 된 부인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그는 “농사는 적어도 4, 5년은 지나야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올해는 친환경 특화작목반에 가입해 공동 구매와 판매방법을 배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평=이진 기자 leej@donga.com
강창희 소장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