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이… 대담하게… 혹은 지능적으로… 고딩들의 ‘비밀 교제’
그저 ‘거짓말일변도’로 엄마들의 감시망을 피하던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자유시간이 늘어나는 겨울방학엔 더 많은 시간을 연애에 투자하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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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형]
쥐도 새도 모르게 비밀로!
고2인 강모 양(18·인천 서구)은 8개월째 비밀연애 중이다. 엄마의 눈을 피해 하루에 2∼3시간씩 남자친구와 휴대전화통화를 한다. 하루에 남친에게 보내는 문자도 약 100통. 강 양이 사용하는 ‘청소년용 요금제’는 한 달에 전송 가능한 문자량과 통화시간에 제한이 있다. 이를 소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일주일. 결국 추가요금을 내고 ‘알’을 충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강 양의 고지서엔 휴대전화요금이 3만 원 이상 나온 적이 없다. 집으로 우편 배달되는 고지서엔 충전내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편의점에서 현금을 주고 즉석에서 알을 충전하는 것. 또는 일정량의 문자를 사용할 수 있는 ‘문자카드’를 구입하기도 한다. 엄마에게는 “문제집을 산다” “친구 생일선물을 사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충전에 필요한 돈을 받아낸다. 엄마 몰래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은 한 달에 5만∼6만 원. 강 양은 “매달 두 번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면 엄마 얼굴을 보기 미안할 정도”라며 “하지만 엄마한테 교제 사실을 들켜서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건 끔찍할 정도로 싫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엄마가 휴대전화를 몰래 검사할 것에 대비해 이성친구 번호를 저장할 땐 동성친구의 이름으로 이름을 변형시켜 입력하거나 친한 친구의 이름으로 대체하는 것은 기본. 교제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동네에서는 마주쳐도 절대 아는 척하지 않기’ ‘10분씩 하루 딱 세 번만 통화하기’ 같은 규칙을 정해 놓기도 한다. 심지어 영화를 볼 때 표를 예매하는 순간부터 표를 내고 영화관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서로 모른 척 행동하는 커플도 있다. 자리에 앉고 나서야 손을 꼭 잡고 영화를 본다. ‘들키는 순간 이별’이라는 생각을 하면 이 정도 시련은 아무것도 아니다. 남자친구에게 받은 선물은 집에 가져가지 않고 독서실에 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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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에 은근슬쩍 끼워라!
‘100일’ ‘밸런타인 데이’ 등 각종 기념일에 이성친구로부터 받은 선물도 때론 골칫거리. 무심코 집에 들고 들어갔다간 엄마에게 “누구에게 받았냐” “왜 받았냐” 같은 질문공세를 당한다. 매번 “친한 친구가 줬다” “길을 가다 너무 좋아 보여 샀다”는 거짓말로 방어하기엔 챙겨야 할 기념일이 요즘 너무 많아졌다.
고2 하모 양(18·서울 서대문구)은 지난해 11월 남자친구로부터 받은 생일선물 3개를 ‘당당하게’ 갖고 집에 들어갔다. ‘화이트데이’나 ‘빼빼로데이’에 선물을 가지고 들어가면 엄마가 이성친구의 존재를 의심하지만, 생일선물을 보고는 그런 의심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 양과 남자친구인 이모 군(17·서울 은평구)은 ‘서로에게 주는 사랑의 선물은 생일에 몰아주기’로 합의를 봤다. 이날 하 양이 이 군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커플 티 1장(만난 지 22일째 되는 ‘투투데이’ 선물) △케이크와 장미꽃(생일선물) △은으로 만든 커플링(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남자친구인 이 군은 “한 사람한테 받았다는 것이 티 나지 않도록 선물마다 포장을 다르게 하는 것은 ‘센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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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거수일투족 분석!
절친 그룹의 친구 이름은 주로 남자친구와의 각종 기념일을 앞두고 사용된다. “엄마, ○○네 집에서 오늘 밤새 같이 공부할 거야”라면서 실제로 그 친구의 집에서 자는 것. 친구와 공부를 하는 대신 밤새워 남자친구에게 줄 선물(종이별 혹은 종이학 1000개 접어주기)을 만든다. 밤에 느닷없이 엄마로부터 친구네 집으로 ‘확인전화’가 와도 문제가 없고, 집에서 밤에 몰래 선물을 만들다가 들킬 염려도 없기 때문이다.
호감 그룹 친구의 이름은 남자친구를 잠깐 봐야 할 경우에 이용된다. “엄마, ○○가 지나가다 집 앞에 잠깐 왔다는데 나가서 만나고 금방 들어올게”라고 둘러댄다. 이용 횟수가 많은 그룹이므로 평소 엄마에게 친구를 자주 소개시켜 신뢰를 얻어야 한다. ‘미영이’ ‘현주’ ‘진아’ ‘민정이’ ‘은정이’ 등 평소 ‘메뉴’를 다양화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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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비밀연애를 하고 있다는 고1 김모 양(17·경기 성남시 분당구)은 남자친구가 생긴 순간부터 엄마의 행동패턴을 치밀하게 파악했다. 일주일 동안 엄마가 나가는 모임(셋째 주 목요일 초등학교 엄마 모임, 주말 교회활동), 평균적인 취침시간(밤 12시 반∼오전 1시), 친한 동네아주머니들(교회 동료신도, 동생 친구들의 엄마)의 이름과 얼굴, 주로 다니는 코스(매일 오후 5∼6시 시장 다녀올 때 주로 걷는 놀이터 옆 큰길) 등을 노트에 기록한 것. 수집한 데이터를 남자친구의 그것과 교환한 뒤 전화통화를 할 때나 데이트 코스를 정할 때 꼭 참고한다. 김 양은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기 싫어서 생각해낸 방법”이라며 “솔직하게 남자친구를 보여드리면 더 좋겠지만 엄마가 화낼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