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원-학자들 바닷속-섬 뒤지며 목숨건 생태 모니터링
독도 해국. 사진 제공 대구지방환경청
이 남자가 발견한 것은 한국에서만 사는 고유종인 장수삿갓조개. 멸종위기 Ⅱ급에 오른 귀한 몸이다. 패각 밖으로 흰 조갯살이 레이스처럼 삐져나온 독특한 모습의 이 조개는 1988년 서해 횡견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2007년까지 약 20년 동안 불과 3개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 생태조사 통해 멸종위기 조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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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삿갓조개. 사진 제공 국립공원연구원
서 연구원은 아직 기름의 흔적이 남아있는 바닷속에서 희귀생물인 장수삿갓조개를 찾으려 했다. 자신의 스승인 최병래 전 성균관대 생물학과 교수가 1988년 처음 발견해 이름을 붙인 이 조개의 서식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 최 교수는 지금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져 와병 중이다.
“물에 빠뜨린 줄자를 꺼내려 다시 잠수하는 순간 레이스가 달린 모양의 조개가 보이더군요. 눈물이 울컥 날 정도로 기뻤습니다.”
서 연구원은 이후 2008년 6개, 작년 8개의 장수삿갓조개를 발견했다. 그는 이 발견으로 값진 성과를 얻어냈다. 장수삿갓조개는 한국 고유종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학계에선 완전히 새로운 종(신종·新種)으로 대접 받지 못했다. 일본 고유종에 딸린 일종의 아류인 신아종(新亞種)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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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자원 지키는 생태조사
국내에선 전국의 20개 국립공원과 생태경관보전지역, 습지보호지역, 특정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생태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국내 생태계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종을 발견하거나 멸종위기 종을 보전하기도 한다.
현장을 누비는 생태조사는 위험을 동반한다. 작년 4월부터 10월까지 3차례에 걸쳐 독도의 생태계를 모니터링한 박선주 영남대 생물학과 교수팀은 독도 경비대원의 도움을 받아 가파른 동도와 서도를 오르내렸다.
박 교수팀은 이를 통해 지금까지 한국에 서식한다고 밝혀지지 않았던 무당벌레 ‘사임너스(Scymnus)’ 등 곤충류 10종, 조류 6종을 새로 발견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현장에서 채취한 샘플의 DNA 분석을 통해 독도와 울릉도, 강원 양양, 일본 서해안에만 서식하는 해국(海菊)이 한국 고유의 종임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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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