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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의 땅 아이티]구호활동 ‘전진기지’ 제공한 한국인 선교사

입력 | 2010-01-18 03:00:00

보육원 운영하는 백삼숙씨
지진 터지자 야전병원 역할
민간구호단 안내도 도맡아




2002년부터 아이티에서 활동 중인 백삼숙 선교사는 지진으로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등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진 출처 백삼숙 선교사 블로그

“이렇게 고통 받는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는 한국인들이 너무 고맙습니다. 이곳의 아이들은 모두 제 자식들 같거든요.”

지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집으로 찾아오는 부상자를 치료하고 병원에서 부족한 약품을 찾아다니는 한국인 ‘천사’가 있다.

2002년 7월부터 이곳에 머물며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백삼숙 선교사(64)가 주인공. 백 선교사는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하자마자 혈혈단신 배낭을 메고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의 배낭에는 소독약, 연고, 안약 등 상비약 몇 가지가 들어 있었다. 거리에서 만나는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러 다닌 것이다. 그의 배낭에는 약 말고도 사탕이 들어 있었다. 돈을 달라고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눠줬다.

처음에는 본체만체하던 현지인들이 그에게 마음을 열었다. 아픈 사람들이 그를 찾아와 치료를 부탁했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그를 엄마처럼 따랐다.

2003년 10월 그에게 ‘진짜’ 딸이 생겼다. 자신이 보살피던 고아 2명을 데리고 보육원을 연 것이다. 부모를 잃은 불쌍한 아이들을 한 명, 두 명 데리고 오다 보니 지금은 10명으로 늘었다.

16일(현지 시간) 오후에도 지진으로 부상한 30대 남성 현지인이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해 백 선교사가 운영하는 ‘사랑의 교회’ ‘사랑의 집 보육원’을 찾아왔다. 문을 지키는 현지인들이 되돌려 보내려 했지만 백 선교사는 선뜻 문을 열어주고 꼼꼼히 치료를 해줬다.

백 선교사가 운영하는 보육원은 지금 아이티의 민간 구호활동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민간단체가 알음알음 백 선교사를 알고 찾아와 현지 안내는 물론 숙박을 부탁한다. 포르토프랭스 내 거의 모든 호텔이 무너져 숙박시설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으로 집기들이 부서지는 등 어지러운 집 안을 아직도 정리하지 못하고 있지만 백 선교사는 그를 찾아오는 구호단체를 마다하지 않는다. 고통 받는 아이티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자신을 도와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포르토프랭스(아이티)=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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