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부터 청약률 제로 아파트가 속출해 미분양 우려가 번지고 있다. 최근 청약을 마감한 전국 60여 개 단지 가운데 12곳은 청약자가 한 명도 없었다. 수도권 신도시와 주요 택지지구 아파트도 경쟁률이 미미했다. 2월 11일 양도세 감면 혜택이 마감되는 데 맞춰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에 나선 탓이 크지만 금융당국이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에 관한 규제를 강화한 영향도 있다. 지난해 9월 DTI 규제가 수도권으로 확대된 데 이어 10월에는 제2금융권에도 적용되면서 급매물조차 소화되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 3구의 재건축 아파트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사업 진행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매수세가 불붙어 일부 지역 아파트 값은 DTI 규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강남 일대의 전세금은 최근 학군 수요가 되살아나고 공급물량이 부족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006년 전세대란의 재연 우려도 나온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지는데도 정부 규제는 일률적이다. 저소득층은 DTI 규제에 따라 금융기관 빚으로 주택을 사기 어렵다. 그래서 이 규제는 현금 동원이 가능한 부자에게만 부동산 투자를 허용하는 셈이 됐다. 가계와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부담이 되는 무리한 대출은 제한해야 하지만 투기가 아닌 서민의 ‘내 집 마련 꿈’과 주택 거래까지 얼어붙게 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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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융당국과 부동산당국은 투기는 막고 거래는 되살려 균형을 이루는 시장 대책을 펴야 한다. 시중유동성 흐름과 제2롯데월드 건축 허용 같은 정책변수, 투기심리 변화까지 감안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겨냥한 정밀한 대책을 추진하되 주택시장이 침체된 곳까지 더 얼어붙게 해선 안 된다. 경제장관들은 주택 매매가 끊겨 고통 받는 서민 가구의 하소연을 들어보라. 서민을 위한다며 세금 보따리를 푸는 게 전부일 수 없다. 부동산 정책에서도 서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