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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먹을 것보다 사람이 그리워…”

입력 | 2010-01-09 03:00:00

달동네 혼자사는 할머니 한파로 지원손길 끊겨




7일 서울 은평구 갈현1동 언덕배기 마을. 지붕들엔 하얀 눈이 아직도 그대로였고 길가에도 눈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30∼40도 되는 경사의 좁은 길에서 기자가 탄 택시는 멈춰 섰다. 택시에서 내리자 가파른 경사와 얼음이 언 길 때문에 순간 다리가 휘청거렸다. 앙상한 나무들만이 바람에 흔들릴 뿐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수십 분을 헤매 홀몸노인인 손계분 할머니(69)의 집에 도착했다. 할머니는 한걸음에 달려 나왔다. “아이고, 오느라고 고생했을 텐데 잘 왔어.” 보일러를 때는 집은 따스했지만 손 할머니의 걱정은 음식이었다. 폭설에, 연이은 한파로 가파른 길이 얼어붙어 매주 화, 목요일에 동네 노인복지관에서 받던 반찬도시락이 이번 주엔 끊겨버렸기 때문. 한 번 오면 이틀이나 사흘 정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지만 지난주 목요일 받은 도시락이 마지막이다 보니 결국 동이 나 버렸다.

“아침은 라면 먹고, 점심에는 밥이랑 김치 조금 먹었어요. 김치라도 있어 다행이지.” 냉장고에는 고추장과 복지관에서 준 김치, 말라비틀어진 멸치볶음, 계란 7개 그리고 마늘이 전부였다.

“(노인복지관에서) 한 10년 동안 반찬을 가져다 준 것 같아.” 자궁암 치료 뒤 몸이 불편해져 물리치료를 신청한 손 할머니의 사정을 듣고 복지관에서 배달을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됐다고 한다. 항암치료 후유증이 찾아오며 거동도 예전 같지 않은 손 할머니에게 반찬배달은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이었다.

“배달 오는 (자원봉사) 학생들을 볼 때마다 저런 애들이 내 손주라면 얼마나 좋을까 해요. 날씨 춥고 비올 때 찾아오면 안쓰럽지. 내일도 굳이 온다는데 올 수 있을까…. 같이 오래 이야기는 못 해도 너무 고맙지 뭐. 갈 때 꼭 ‘할머니 건강하세요’ 한다니까.”

그래서일까. 손 할머니는 음식도 음식이지만 사람이 그리운 눈치였다. 눈 때문에 이번 주부터는 아무데도 못 나가고 찾아온 사람도 없었다. “아침에 밖에 나가니까 눈이 이만큼 쌓여 있더라고. 꼭 그 뭐냐, 에스키모 집 같았어.”

살갑게 대해 주던 손 할머니는 기자가 떠나려 하자 아쉬운 듯 손을 잡았다. “이렇게 사람이 찾아와 주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이번에는 눈 때문에 일주일 동안 사람을 못 봤다니까. 또 와요.”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