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수주의 대부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인터뷰
1977년부터 33년 동안 미국의 보수주의를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지식공작소 ‘헤리티지재단’을 이끌고 있는 에드윈 퓰너 이사장. 미국 보수주의의 대부로 불리는 그는 한국을 향해 “이제 세계 지도국으로서의 자신감을 가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퓰너 이사장은 진정으로 국민을 아끼는 정치를 펼치며 그로 인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정부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미소와 함께 조그마한 책자 한 권을 손에 쥐여줬다. 1776년 7월 독립선언서와 1789년 9월 비준된 연방헌법을 합본한 48쪽 분량의 포켓북이었다. 그는 “모든 지혜는 바로 이 두 개의 위대한 문서에서 나오며 건국의 아버지들이 가졌던 생각이 바로 보수주의”라고 단언했다.
과거 35년 동안 한국을 100번도 넘게 방문한 대표적인 지한파인 퓰너 이사장은 한국에 대해 “이제는 세계의 지도국으로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했다.》
[오바마시대, 보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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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멤버 급증… 보수진영엔 되레 기회
―진보적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으로 미국 보수주의가 침체기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동양에서 나온 말이지만 위기는 항상 기회다. 지난 1년 반 동안 헤리티지재단의 멤버는 오히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56만5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보수적인 생각이나 풀뿌리 차원에서 미국의 보수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워싱턴에서 영구적인 정치적 승리는 없다.”
―현재도 미국의 주류사상은 보수주의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미국의 주류적인 생각은 보수다. 물론 현재 미국의 보수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혁신하는 시간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생각했던 헌법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생각이 미국의 생각이며 바로 보수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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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 스스로는 첫 1년이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자평할 것이다. 야심찬 어젠다를 제시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뒤 내놓은 의제는 선거운동 당시 내놓은 의제와는 좀 달라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사람들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많은 표를 준 것은 그가 온건한 정치적 색깔을 가진 중도주의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헤리티지재단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부양책을 통한 천문학적인 재정 지출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기업가정신을 되살리고 자유시장경제에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은 “동아일보 독자들이 행복하고 풍요로운 새해를 맞이하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새해 인사를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운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세계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침체기를 맞았고 미국의 정권교체 등으로 자신이 원하는 의제를 순조롭게 추진할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미관계에 있어서 오바마 대통령과 무난히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분야에서 한미 간에는 물샐틈없는 공조를 유지해 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을 잘 달래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잘 해결하기를 바란다.”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한다면….
“박정희 대통령 이후 한국의 모든 대통령과 가깝게 잘 알고 지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든 대통령이 다들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당시는 물론 서울시장 시절에도 가깝게 지냈다. 이 대통령은 매우 능숙한 관리자이며 지도자의 자질과 덕목을 갖췄다. 또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지도국가로서 저개발 국가의 발전이나 세계안보의 영역 등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요체를 잘 알고 있다. 북핵 문제에서 미국 일본과 완벽한 공조태세를 갖추고 있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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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참여형 민주주의는 놀랍다. 진정한 활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며 매우 건강한 것이다. 물론 내가 시위대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의 정치인들이나 행정가들에게 조언하는 것이 있다면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 너머에 있는 진실을 보라는 것이다. 전체적인 사람들의 태도를 고려할 때 시위대의 극적인 의사표시는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뜻을 왜곡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이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올바른 어젠다를 선정해 자신 있게 추진해 나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당선과 총선에서의 승리를 안겨준 민의를 꿰뚫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한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이다.”
[한미 FTA 비준 전망]
美, 車 재협상 말고 기존 합의 존중해야
의회 공정표결땐 압도적 지지로 통과
―FTA 올해 비준 전망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한 산별노조총연맹 등이 자유무역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 자동차 산업의 본산인 미시간 주의 진보 성향의 의원들도 반대하고 있다. 산적한 국내 현안에 시달리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그들의 뜻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손해 보는 것은 미국이다. 한국은 미국만 바라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당장 유럽연합(EU)이나 중국과 자유무역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올해는 비준이 이뤄져야 한다. 보건의료개혁이 통과된 뒤 차기 어젠다가 되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연두교서에서 FTA 추진 의지를 밝히기를 희망한다.”
―자동차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인데….
“한국이 쇠고기 문제를 양보했듯이 미국도 자동차와 관련한 기존의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 미국이 자동차 재협상 문제를 들고 나오면 기존의 합의는 엉클어지고 말 것이다. 현재의 FTA는 잘된 협상이고 한미 양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잘된 것이다. 의회에 던져져 공정한 표결이 이뤄진다면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위상과 한미동맹]
북핵공조 한국, 美의 강력한 버팀목
G20 회의 유치로 세계경제 주도국 돼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기 전에 일방적으로 당근을 제공하거나 양보하지 않으면서 합리적이고 강경한 대북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원칙을 잘 지켜 나가고 있다고 본다. 북한이 대화의 기회를 거부했지만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이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2010년이 6·25전쟁 발발 60주년이라는 점에서 이를 즈음한 북한의 호전적인 언행이나 군사적 무력시위가 있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일본이 동맹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도쿄에서 20년 미일 상호동맹을 축하한 것이 1980년대였다. 일본의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위한 열정이 부침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이번에는 매우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것으로 본다. 일본인들의 뜻에 따라 정권교체가 이뤄진 만큼 그들의 선택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일 3국의 공조가 필요하다.”
―미국이 올해 직면하게 될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인가.
“미국이 직면한 도전 중 가장 큰 것은 아마도 미국의 리더십일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역할이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미국의 확고한 원칙과 장래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진정한 리더가 된다는 것은 외로운 것이다. 때로는 인기를 잃는 일일 수도 있다. 이는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때로는 속도에서 차이점이 있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관점에서 주한미군이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동북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는 미국 입장에서 두 개의 매우 강력한 버팀목이 있다. 하나는 한국, 다른 하나는 일본과의 관계이다. 이는 두 나라에서의 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전제로 한다. 미군은 한국에서 계속 주둔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지도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조언한다면….
“한국은 올림픽, 월드컵을 주최했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외교관을 배출한 나라다. 이젠 스스로를 ‘아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물론 세계의 주요 국가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또한 한국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를 개최하면서 실질적으로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나라가 됐다. 2010년 세계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역할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에드윈 퓰너 이사장은
100번 넘게 방한… 美 대표 지한파
-1941년 일리노이 주 시카고 출생
-1963년 레지스대 영문과 학사
-1964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석사
-1965년 런던 스쿨 오브 이코노믹스 펠로
-에든버러대 정치학 박사
-1977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2005년 깅리치-미첼 미국의회 유엔개혁 TF팀
-주요 저서: 자유의 행진(1998), 지식의 순례자(1999),
미국을 위한 리더십(2000), 미국을 바로잡다(2006) 등 다수
-주요 상훈: 대통령 시민메달(1989,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워싱턴에서 가장 힘 있는 인사 50인(2007, GQ 매거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인사 100인(2007, 영국 텔레그래프),
한미수교훈장 광화장(2002, 김대중 전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