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영국해적은 작위도 받았다
그리스의 우화작가 이솝은 점령지 포로 출신의 노예였다. 당시 노예들은 여러 가지 직무를 맡았다. 황제의 배를 조종하기도 했고 철학자나 문인인 경우도 많았다. 이솝은 ‘작가 노예’였다.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들이 그의 창작을 도왔다.
그는 우화에서 비정한 동물의 세계를 통해 약육강식의 인간 사회를 비꼬았다. 이솝이 꼬집은 세상은 법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정의가 실현되는 곳이 아니었다. 그는 노예로서 겪은 비정한 세상살이를 작품에 담은 것이다.
해적 드레이크를 지원했던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당시 해적은 영국의 해외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사진 제공 사계절
1883년 나온 로버트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에서 해적 존 실버는 영국 해군으로 복무하다 프랑스 해군과의 전투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것으로 나온다. 저자는 보물섬을 토대로 초기의 해적들이 국가를 대리해 해외 사업을 수행한 사업가였다고 말한다. 영국의 대표적 해적인 드레이크는 엘리자베스 여왕에게서 ‘경’ 칭호를 받을 정도였다. 근대 초기 영국은 ‘해적 국가’로 출발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문화혁명의 광풍 속에 상처받는 한 인간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허삼관은 피를 팔아 장가가고 아픈 아들을 치료한다. 아내 허옥란이 기생이었다는 대자보가 붙은 뒤 허옥란은 붉은 완장을 찬 사람들에게 끌려간다. 만인비판투쟁대회에서 비판 대상으로 삼을 지주나 우파 분자 외에도 기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우리도 1970년대에 피를 팔아 연명하던 시절이 있어 이 작품에 더 애틋한 마음이 든다”고 말한다. 저자는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과 ‘하얀새’,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대위’, 독일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 속에 담긴 역사도 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