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車시장 ‘힘든 한 해’… 세계 주요업체 전략싸움 치열인수합병 대신 독자 생산능력 키우기… ‘공급과잉’ 경계해야
세계 자동차업계가 ‘인수합병(M&A)’의 격랑 속에 있는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가 자력으로 생산능력을 급격히 키우는 도요타식 ‘홀로서기’를 추진하고 있다. 투자위험과 비용을 줄이는 대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내년에는 각국 정부의 소비촉진 정책이 줄어들면서 자동차시장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구조조정을 거친 경쟁 자동차회사들이 재기하면서 오히려 올해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격변기의 글로벌 자동차업계
세계 자동차업계의 재편으로 현대·기아차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기아차는 15일부터 두 달간 전체 과장·부장급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경쟁업체 동향과 과제 등을 집중 논의하는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14일 열린 해외 법인장 회의에선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지시했다. 해외 경쟁업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에 대한 경영진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잇따라 M&A에 나서는 것은 글로벌 수요 침체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 친환경차 개발 경쟁으로 연구개발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자본 제휴나 M&A를 통한 공동개발, 공동생산으로 원가를 절감하려는 것이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와 일본 도요타가 휘청거리는 틈을 타 단번에 세계 정상으로 도약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 현대차 ‘나홀로’ 전략 배경은
현대차가 홀로서기를 택한 것은 소형차에서 대형차를 모두 아우르는 ‘풀 라인업’ 체제를 이미 구축해 보완 역할을 해줄 만한 해외 업체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M&A나 자본제휴는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폴크스바겐은 스즈키 인수를 계기로 강력한 소형차 생산기반과 인도 시장 공략의 발판을 얻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 업체들과 달리 현대차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점도 자본제휴 등을 고려하지 않는 요인이다. 올해 3분기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영업이익은 폴크스바겐 2000억 원, 혼다 2000억 원, 도요타 3000억 원 적자 등에 그쳤으나 현대·기아차는 9000억 원에 이르렀다.
○ 글로벌 경쟁업체와 격전 예상
하지만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계획이 공급과잉에 따른 부작용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