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미국에서 위암에 걸린 사실을 발견한 한국인 A 씨는 고민 끝에 한국행을 결정했다. 미국에도 한국의 부유층 환자들이 찾아오는 존스홉킨스병원 같은 유수의 의료기관이 있지만 비싼 의료비도 문제거니와 위암 수술은 한국이 최고라는 평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한 종합병원에서 위암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암 치료 실적을 보여주는 통계 자료가 발표됐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09 국가 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환자의 완치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암의 의학적 완치 기준인 ‘5년간 생존율’이 2003∼2007년 57.1%로 미국(66.1%) 캐나다(60.0%)에 근접한다. 10명 중 6명꼴로 암이 완치된다는 얘기다.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3대 암의 5년 생존율은 위암 61.2%, 자궁경부암 80.5%, 간암 21.7%로 미국(25.7%, 70.6%, 13.1%)보다 훨씬 높다. 국내 전립샘암 완치율은 82.4%로 미국(99.7%)보다 낮지만 폐암 완치율(16.7%)은 미국(15.6%)보다 다소 높다.
이렇게 암 완치율이 높아진 것은 검진 인구의 증가와 뛰어난 암 진단 및 치료 기술이 결합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999년 시작된 암 조기검진사업과 2003년 제정된 암 관리법이 큰 몫을 했다. 우리나라는 보험료 부과 기준의 하위 50%에 해당하는 국민에게 5대 암의 검진혜택을 주는 유일한 나라다. 정기검진으로 암이 발견돼 치료를 하는 환자에겐 법정 본인부담금 중 200만 원까지 3년간 지원해주는 방안도 수검률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됐다.
수술 실력이 좋은 국내 의료진이 해외 환자를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의료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의료 분야도 나날이 글로벌화하는 추세를 잘 활용하면 서비스수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인 중에서 지난해 수술을 받기 위해 국외로 나간 사람이 56만 명을 헤아렸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