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표 4단 ● 김정현 초단본선 8강전 1국 8보(137∼174) 덤 6집 반 각 3시간
흑 ○의 경솔한 단수가 엉뚱한 패를 불렀다. 흑 ○로는 참고 1도 흑 1을 먼저 뒀으면 깔끔했다. 흑 3 때 백이 실전처럼 패를 하려고 하는 것은 무리. 백이 패에 질 때 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백이 그걸 감수하고 패를 하면 어떨까. 그 경우엔 이 패와 비슷한 크기의 팻감을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실전처럼 백이 패에 져도 큰 부담이 없어야 팻감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흑은 늦었지만 37 대신 참고 2도 흑 1로 두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바로 백 2로 끊어 패를 키운다. 참고 2도는 흑의 부담이 실전보다 훨씬 커진다. 이처럼 수순이 뒤바뀌면 바둑의 모양도 완전히 바뀐다.
지루한 패싸움이 시작됐다. 대형 바꿔치기를 했기 때문에 팻감은 서로 많지만 백의 팻감이 질적으로 우수하다.
그런데 백은 자연스럽게 하변 흑 세를 지우고 우하 흑 돌마저 미생마로 돌려놓는 영양가 100점의 팻감이 계속 나오고 있다. 흑은 상변 패도 이겨야 하지만 우하 돌의 생사도 신경 써야 한다. 흑 73 때 백 74로 다시 패를 유도한다. 40·46·52·58·64…○, 43·49·55·61·67…37.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